'안전한 집'이라더니 압류 기록 지웠다… 입주 40일 만에 경매, 이거 사기 아닌가요?
'안전한 집'이라더니 압류 기록 지웠다… 입주 40일 만에 경매, 이거 사기 아닌가요?
시세 20억 건물에 근저당 12억, '괜찮다'더니…다른 건물 빚에 경매, 누수까지 방치

A씨는 월세 계약 직후 집이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공인중개사가 등기부등본 기록을 위조하며 임차인을 속였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최근 한 주택에 월세 계약을 하고 이사했다. 공인중개사는 “근저당이 12억원 잡혀있지만 건물 시세가 20억원이고, 들어와 있는 보증금도 3억원대라 안전한 집”이라며 “소액임차인이라 최우선변제도 받을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A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A씨는 입주한 지 40일 만에 집 앞에 붙은 경매개시결정 통지서를 발견했다. 집주인이 소유한 다른 건물의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A씨가 사는 건물에 경매가 걸린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집에 누수가 발생해 한 달 넘게 수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A씨가 항의하자 집주인은 오히려 “우린 사기 안 쳤다. 무고죄로 역고소할 수 있는 거 아느냐”고 으름장을 놨다. 알고 보니 공인중개사는 등기부등본의 압류 기록 말소사항을 지우고 A씨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A씨는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집주인·중개사, '작정하고 속였다면' 사기죄 성립 가능
변호사들은 집주인과 공인중개사의 행위가 형사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나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약을 체결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률사무소 새율 윤준기 변호사는 "집주인이 다른 건물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는 처음부터 계약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있어 사기죄 성립을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인중개사가 등기부등본의 압류 기록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보여준 행위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공인중개사가 등기부등본의 압류 기록 말소사항을 고의로 지우고 보여주며 안전한 집이라고 속인 행위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이자 (사기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하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짚었다.
집주인의 '무고죄 역고소' 위협에 대해서는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객관적인 정황(경매 개시, 중개사의 서류 누락 등)을 근거로 정당하게 피해 사실을 알린다면 무고죄가 인정되기는 다소 어렵다"고 봤다.
원하는 '임차권등기', 계약부터 해지해야
A씨가 원하는 임차권등기명령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법적 장치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려면 계약이 유효하게 종료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나상호 변호사는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차가 종료된 상태여야 신청할 수 있어서, 지금처럼 계약이 살아 있는 상태로는 바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계약을 해지할 근거는 이미 충분한 상황이다. 한 달 넘게 방치된 누수가 대표적이다. 법적으로 임대인은 임차인이 거주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 줄 의무(수선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변호사 홍현필 법률사무소의 홍현필 변호사는 "누수 및 곰팡이 방치를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계약 해지 의사를 내용증명 등을 통해 집주인에게 명확히 통보한 뒤, 임차권등기명령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매' 진행 중…가장 시급한 건 '배당요구 신청'
한편, 변호사들은 이미 경매 절차가 시작된 만큼 가장 시급한 조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법원에 권리를 신고하고 보증금을 나눠 달라고 요구하는 '배당 요구' 신청이다.
법무법인 인화 김명수 변호사는 "이미 경매가 개시되었으므로 임차인으로서는 반드시 배당요구와 권리신고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원이 정한 배당요구 종기일 안에 신청해야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등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한 책임 추궁도 가능하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중개사는 권리관계를 성실·정확하게 확인·설명해야 한다"며 "고의·과실로 손해가 나면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