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욕설 '걸레', 처벌 가능할까?…'가해자 특정'이 최대 관건
게임 속 욕설 '걸레', 처벌 가능할까?…'가해자 특정'이 최대 관건
모욕죄 vs 통매음 실익 분석, 해외 플랫폼의 '수사 협조'가 관건

게임 내 성적 모욕 피해자가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가해자가 해외 이용자일 경우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3개월간 '걸레' 욕설에 시달린 이용자, 증거는 넘치지만 가해자가 '닉네임 뒤 유령'이라면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3개월간 게임 채팅창에서 '걸레'라는 성적 모욕에 시달린 한 이용자가 결국 법적 대응에 나섰다. 즐거워야 할 게임은 특정 이용자의 집요한 욕설로 지옥이 됐다.
스크린샷 증거는 모두 확보했지만, 가해자는 닉네임만 아는 상황. 전문가들은 모욕죄 성립은 가능하지만, 해외 게임의 특성상 가해자 신원 확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3개월의 지옥, '걸레' 낙인에 결국 칼 빼들다
한 이용자 A씨에게 중국산 모바일 게임은 더 이상 즐거운 공간이 아니었다. 접속할 때마다 특정 이용자로부터 쏟아지는 욕설과 모욕을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걸레"라는 단어로 시작된 성적 모욕은 3개월간 집요하게 이어졌고, 그 수위는 날로 심해졌다.
결국 A씨는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법의 문을 두드리기로 결심했다. 3개월 치 채팅 기록을 모두 스크린샷으로 남겼지만, A씨의 발목을 잡는 고민이 있었다. 정식 수입되지 않은 해외 게임이라는 점, 그리고 가해자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게임 속 '닉네임'뿐이라는 사실이었다.
모욕죄냐 통매음이냐…피해자에게 유리한 카드는?
피해자에게 주어진 법적 카드는 크게 '모욕죄'와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 두 가지다. 둘은 성립 요건과 처벌 수위가 달라 실익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모욕죄는 다수가 보는 앞에서(공연성) 특정인을 향해(특정성) 경멸적 표현을 할 때 성립한다. '걸레'라는 표현은 명백한 모욕이지만, 게임 닉네임만으로는 현실의 A씨를 특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특정성'의 벽에 부딪힐 수 있다.
반면 통매음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이나 글을 보낼 때 적용된다. 1대1 대화도 처벌 가능하고 특정성 요건도 필요 없어 모욕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게임 중 분노 표출에 따른 욕설은 '성적 목적'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하는 경향이 짙다. 통매음은 처벌이 무겁지만 '목적'을 입증하기가 까다롭고, 모욕죄는 입증이 비교적 쉽지만 '특정성'을 넘기 어려운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가장 높은 벽, '닉네임 뒤 유령'…해외 게임사 협조는 '미지수'
어떤 죄를 적용하든 가장 큰 난관은 '가해자 특정'이다. 가해자를 처벌하려면 경찰이 게임사에 IP 주소 등 개인정보를 요청해 신원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A씨가 즐긴 게임은 정식 수입되지 않은 중국 게임이다. 국내에 수사 협조에 응할 지사나 법인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는 "상대방이 해외 이용자라면 수사 진행이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령 게임 개발사에 직접 연락이 닿더라도, 해외 기업이 국내 수사기관의 정보 제공 요청에 협조할 의무는 없어 사실상 수사가 초기 단계에서 멈출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증거는 차고 넘치는데…현실적 대응책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되지만, 전문가들은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조언한다. 우선 3개월간 모아둔 스크린샷은 가해자의 범죄 사실을 입증할 핵심 증거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에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이 법적 대응의 첫걸음이다.
수사 과정에서 운 좋게 가해자가 특정된다면 형사 처벌은 물론, 정신적 피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형사고소와 함께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체계적인 대응을 하고, 별도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A씨의 사건은 국경 없는 온라인 공간의 범죄에 대해 국내법이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까지 이르기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