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휴대폰 포렌식, 내 비밀까지 들킬까?
친구의 휴대폰 포렌식, 내 비밀까지 들킬까?
성매매 연루된 지인, 경찰에 휴대폰 임의제출… 변호사들이 말하는 '별건 수사'의 공포와 법적 한계

친구가 임의제출한 휴대폰은 영장 없이 포렌식이 가능하며 삭제 데이터도 복원될 수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친구의 휴대폰 포렌식으로 나까지 수사 대상? '판도라의 상자'가 된 디지털 증거, 변호사 6인이 답하다
성매매에 연루된 지인이 경찰 조사를 받으며 휴대폰을 제출했다. 그와 나눈 대화 속에 나의 '범법 행위'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순간, 눈앞이 캄캄해진다.
과연 친구의 범죄 수사 과정에서 나의 비밀까지 드러나 나에게도 경찰 수사의 칼날이 향할까.
"영장도 없이 휴대폰을?"…'임의제출'의 함정
상담을 요청한 A씨의 가장 큰 의문은 '영장 없는 포렌식'이 가능한지 여부였다. 지인이 영장도 없이 순순히 경찰에 휴대폰을 '주고 왔다'는 사실이 불안감을 키웠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입을 모아 '임의제출'의 경우 영장이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포렌식은 대상자의 휴대폰을 임의제출받아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는 영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12년간 경찰로 재직했던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 역시 "원칙적으로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수사는 영장이 필요하지만, 피의자가 자발적으로 동의한 경우에는 영장 없이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소유자 등이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삭제해도 다 나온다"…판도라의 상자가 된 휴대폰
일단 수사기관의 손에 들어간 휴대폰은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 변호사들은 현대 디지털 포렌식 기술이 사용자가 지운 데이터까지 복원해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는 "포렌식을 하는 경우 핸드폰에 있는 모든 내용이 나온다고 보면 된다. 삭제된 내용도 나온다"고 단언했다.
이는 통화기록, 문자메시지, 메신저 대화는 물론 사진, 영상, 위치정보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정보다. A씨가 가장 두려워하는 '지인과의 범법 행위 대화' 역시 복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친구 죄' 수사하다 '내 죄' 발견…'별건 수사'는 가능할까
가장 큰 쟁점은 수사기관이 A씨 지인의 '성매매' 혐의를 수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A씨의 '별도 범법 행위'까지 수사할 수 있느냐다.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수사기관은 영장이나 임의제출 동의서에 명시된 범죄 혐의와 관련된 정보만 수집할 수 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제삼자와의 대화 내용은 원칙적으로 수사 대상이 아니며, 특히 해당 대화 내용이 수사 중인 성매매 사건과 무관하다면 증거로 사용되기 어렵다"며 "수사기관이 관련 없는 내용을 임의로 열람하거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예외가 존재한다. 윤영석 변호사는 "A씨의 범법행위 또한 포렌식을 통해 나올 것"이라며 "이 때 수사기관이 해당 사안을 별도로 범죄로 입건해야겠다고 판단하면 새로운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포렌식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A씨의 범죄 혐의가 드러나는 순간, 경찰이 이를 '인지수사'로 전환하고 새로운 영장을 발부받아 A씨를 정식으로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 수사'가 '내 수사'로 번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차라리 자수하라" vs "법적으로 다퉈라"…엇갈린 해법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변호사들의 해법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선제적 자수'와 '법적 방어'다.
법무법인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자수'를 적극 권했다. 그는 "만약 범죄 발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차라리 현 단계에서 변호사 조력 하에 즉시 자수를 진행하면 자수 감경의 혜택을 통해 불기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경찰로부터 출석을 요구하는 연락을 받은 뒤에는 자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수사 절차의 위법성을 다투며 방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변호인과 함께 압수·수색 절차의 적법성, 포렌식 범위의 적절성 등을 따져 수사 자체를 무력화하거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전략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모든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변호사와의 즉각적인 상담'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법적 문제는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순간의 망설임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