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제 주장을 안 믿어줘요"... 모욕죄 혐의, '의견서 한 장'의 기적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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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제 주장을 안 믿어줘요"... 모욕죄 혐의, '의견서 한 장'의 기적은 가능할까

2025. 09. 09 10:3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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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부분 선임'으로 비용 부담 줄이고, 법리적으로 무혐의 다툴 기회 열려"

온라인 댓글로 모욕죄 피의자가 된 A씨가 '변호사 의견서'의 기적을 경험할 수 있을까? /셔터스톡

온라인 댓글 하나로 모욕죄 피의자가 된 A씨. 경찰 조사 후 좌절한 그가 변호사의 '의견서 한 장'으로 수사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경찰 조사실의 문을 나서는 A씨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다. 온라인상에 남긴 댓글 하나가 모욕죄 혐의가 되어 돌아왔다. 조사 과정에서 전후 사정을 설명하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수사관은 그의 핵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대로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 기소될 수 있다는 불안감, 하지만 변호사를 선임하기엔 비용이 부담스러운 현실. A씨는 법률 전문가의 조언이 절실했다.



"변호사, 통째로 안 사도 괜찮습니다"…'부분 선임'의 세계


A씨의 고민은 '변호사 선임은 사건 전체를 맡기는 것'이라는 통념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분 선임' 또는 '부분 위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아닌, 경찰 조사 동석, 의견서 작성, 고소장 작성 등 특정 법률 행위만 변호사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최인영 변호사(소리법률사무소)는 "의견서 작성 등 부분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의뢰인이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맞춰 합리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내 댓글은 무죄?…모욕죄 가르는 '세 가지 열쇠'


그렇다면 변호사가 작성한 의견서는 어떤 논리로 A씨의 방패가 될까. 핵심은 모욕죄의 '성립 요건'을 정밀하게 해체하는 데 있다.


형법상 모욕죄가 인정되려면 ①공연성(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는 상태) ②피해자 특정성(표현의 대상이 누구인지 명확히 알 수 있는 상태) ③모욕적 표현(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리는 경멸적 표현)이라는 세 가지 열쇠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 윤형진 변호사(법률사무소 명중)는 "이 요건들이 충족되지 않아 충분히 방어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표현이 다소 무례하더라도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가 아니라면 모욕죄가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변호인 의견서는 바로 이 법리를 근거로 A씨의 발언이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을 주장하는 핵심 무기다.



'의견서 한 장'의 힘, 수사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잘 쓰인 의견서 한 장은 수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김준성 변호사(법무법인 공명)는 "행위 자체는 인정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피의자의 행위를 법리적으로 합리화할 부분을 찾아내 유의미한 주장을 펼쳐야 한다"며 의견서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변호사의 배경은 각기 다른 강점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12년간 경찰로 근무했던 성현상 변호사(법무법인 태신)처럼 수사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는 경찰의 논리 구조와 수사 관행을 꿰뚫고 있어, 수사관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맞춤형 논리를 펴는 데 능하다.


반면 대형 로펌 파트너 출신인 이진채 변호사(법률사무소 가호) 등은 복잡한 판례와 법리를 명쾌하게 재구성해 사건의 본질을 짚어내는 데 강점을 보인다. 결국 의견서는 A씨가 경찰 조사에서 미처 다하지 못했거나 외면당했던 주장을 법률 전문가의 언어로 번역해 수사기관을 다시 한번 설득하는 과정인 셈이다.


A씨의 사례는 법의 문턱 앞에서 좌절하던 시민들이 '부분 선임'이라는 새로운 열쇠를 통해 자신의 방어권을 보다 효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비싼 수임료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망설였던 이들에게, 법률 전문가의 논리로 무장한 '의견서 한 장'이 닫힌 수사의 문을 다시 열게 하는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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