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차려준 생일상에 ‘탕’… 사제총 든 아버지, 사형 구형에도 ‘법정 최고형’ 피한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아들이 차려준 생일상에 ‘탕’… 사제총 든 아버지, 사형 구형에도 ‘법정 최고형’ 피한다?

2025. 12. 09 17:00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1년간 유튜브로 총기 제조법 독학하고 실탄 개조까지

잔혹한 계획범죄 검찰 "죄질 불량" 사형 구형

법조계 "현실적으론 무기징역 무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난 7월 20일 저녁,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33층에서는 비극적인 총성이 울려 퍼졌다. 자신의 62번째 생일을 맞아 아들이 정성껏 차려준 생일상 앞에서 아버지 A씨(62)는 축하를 받는 대신 품속에 숨겨둔 사제 총기를 꺼내 들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아들 B씨(33)를 향해 산탄 2발을 발사했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현장에 함께 있던 며느리와 어린 손주 2명, 며느리의 지인 등 남은 4명을 향해서도 총구를 겨누며 살해를 시도했다. 화목해야 할 생일 파티장은 순식간에 참혹한 살육의 현장으로 돌변했다.


검찰은 존속살해 및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천륜을 저버린 잔혹한 범죄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실제 선고공판에서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을 두고 신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끔찍한 범행 뒤에 숨겨진 치밀한 계획과 이를 둘러싼 법적 쟁점을 분석했다.


YouTube로 배운 살인 기술… 1년간의 ‘치밀한 준비’

수사 결과 드러난 A씨의 행각은 우발적 범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범행 1년 전인 지난해 8월부터 이미 가족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사제 총기와 자동 발화장치 제조법을 독학했다. 단순히 총기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20년 전 구입해 둔 실탄을 개조해 살상력을 극대화하는 등 전문적인 지식을 범죄에 악용했다. 심지어 범행 직후 자신의 거주지인 서울 도봉구의 빌라에 불을 지르기 위해 시너가 담긴 페트병 15개와 타이머가 설정된 점화장치까지 설치해 둔 상태였다.


범행의 동기는 '돈'이었다. 과거 성폭력 범죄로 이혼을 당한 A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전처와 아들 B씨로부터 장기간 경제적 지원을 받아왔다. 그러다 2023년 말부터 지원이 끊겨 생활비와 유흥비 마련이 어려워지자, 앙심을 품고 자신을 부양해 온 가족을 살해하기로 계획한 것이다.


검찰 "극단적 인명 경시" 사형 구형 vs 법원의 엄격한 양형 기준

인천지법 형사13부(김기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아들을 살해한 뒤 다른 가족까지 몰살하려 했다"며 죄질의 불량함을 들어 사형을 구형했다. 1년간의 치밀한 계획, 반인륜적인 범행 동기, 그리고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사회로부터의 영구 격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실제 법원이 사형을 선고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 판례(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궁극의 형벌로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법원은 ▲범행의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피해자의 수 ▲피해 감정 ▲범행 후의 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데, 특히 '피해자의 수'는 사형 선고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최근 20년간 사형이 확정된 판례를 분석해보면(서울고등법원 2024노501 판결 참조), 대부분 피해자가 2명 이상이거나 강도·강간 등 중대 범죄와 결합된 연쇄 살인인 경우가 많았다.


현실적 선고 형량은 '무기징역' 유력… '1명 살해'의 딜레마

이번 사건의 경우 범행의 계획성과 반인륜성은 사형 선고에 유리한 가중 요소로 작용한다. 1년 넘게 범행을 준비했고(대법원 2003도924 판결 참조), 자신을 위해 생일상을 차린 아들을 살해했다는 점은 죄질이 매우 나쁘다.


그러나 법리적으로 볼 때 실제 사망한 피해자가 1명이고 나머지 4명은 미수에 그쳤다는 점이 변수다.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며, 법원 역시 사형 선고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유사한 판례를 살펴보면, 강도살인 및 살인 사건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음에도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서울고등법원 2022노1126 판결 등). 또한 살인 및 사체은닉 사건에서도 1심의 무기징역을 파기하고 징역 35년을 선고한 경우도 있다(광주고등법원 2022노174 판결).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 역시 무기징역 또는 징역 30~40년의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무기징역 또한 수형자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중형이며, 가석방 심사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사형에 버금가는 죗값을 치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최근 경향이기 때문이다.


A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해가 바뀐 내년 2월 6일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친아들의 생명과 맞바꾼 비뚤어진 욕망에 대해 사법부가 어떤 엄정한 심판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