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한다더니 바로 집 팔았다"…집주인 믿고 나간 세입자의 눈물
"실거주한다더니 바로 집 팔았다"…집주인 믿고 나간 세입자의 눈물
'갱신요구 안 했는데?' '매도는 법에 없는데?'…변호사들이 답했다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낸 집주인이 집을 매도해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 AI 생성 이미지
“2년 더 살 수 있었는데….” 계약갱신요구권을 쓰려 했지만,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의 말에 집을 비워 준 세입자. 하지만 얼마 뒤 집주인이 실거주 대신 집을 팔아버린 사실을 알게 됐다면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 명시적으로 “갱신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혹은 집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임대’한 것이 아니라 ‘매도’했다는 이유로 구제받을 수 없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핵심 쟁점들을 따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집 비워달라" 문자 한 통 믿었는데…등기부엔 '매매'
2023년 말부터 월세 계약으로 거주해 온 A씨. 1년 연장 끝에 계약 만료를 앞둔 2025년 말, 그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2+2년 중 1회에 한해 2년 연장을 요구할 권리)을 사용해 더 머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집주인은 "내가 직접 들어가 살 것"이라며 이사를 요구했고, A씨는 결국 집을 구해 떠났다.
그런데 얼마 뒤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A씨는 망연자실했다. 자신을 내보낸 집주인이 실거주는커녕, 2026년 초 이미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린 것이다. 손에 남은 증거는 “이사할 것이니 조만간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의 문자 한 통뿐. A씨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손해배상 청구의 첫 관문: 나에게 '갱신요구권'이 남아 있나?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앞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선결 과제'가 있다. 바로 A씨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이 남아 있었는지 여부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A씨가 2024년 말에 '1년을 추가하여 거주'한 것이 어떤 성격인지가 중요하다. 만약 당시 1년 연장이 이미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결과였다면, A씨는 더 이상 갱신을 요구할 권리가 없어 손해배상 청구의 전제가 무너진다.
반면, 집주인과의 합의에 따른 단순 '재계약'이었다면 A씨에게는 여전히 1회의 계약갱신요구권이 남아 있어, 집주인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 부분이 소송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갱신 요구 안 했어도 OK"…법원, '기회 박탈' 자체를 문제 삼아
A씨가 명시적으로 "계약을 갱신하겠다"고 요구하지 않은 점은 괜찮을까? 변호사들은 이 역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법무법인 연우 이숭완 변호사는 "판례는 임대인이 먼저 실거주 의사를 밝혀 임차인이 갱신요구를 포기한 경우에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본 사례가 있어, 이 부분이 핵심 입증 포인트가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집주인이 먼저 실거주라는 거짓 이유로 '갱신 불가'를 통보해 세입자의 갱신 요구 기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았다면, 이를 법적인 '갱신 거절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임대' 아닌 '매도'도 불법행위…법의 그물망은 피할 수 없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낸 뒤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A씨의 경우처럼 '매도'한 경우는 법 조문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이 또한 법망을 빠져나가긴 어렵다. 법무법인 한서 김형민 변호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원칙적으로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를 규정하지만, 매도도 같은 취지로 유추 적용한 판례가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 역시 "최근에는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후 곧바로 매도한 경우에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들이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법원은 이를 세입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한 '민법상 불법행위'로 판단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추세다.
실전 대응법: '문자' 증거 확보 후 '내용증명'부터
그렇다면 A씨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증거 확보'와 '단계적 압박'을 주문했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보유하신 문자 내역은 임대인의 갱신 거절 사유가 실거주였음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가 되며, 이는 향후 손해배상 청구의 기초가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등기부등본, 이사 비용 영수증, 새로 구한 집의 계약서 등을 더하면 더욱 확실하다. 법적 조치를 바로 시작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바로 소송부터 생각하기보다는 먼저 내용증명으로 실거주 통보 경위, 실제 거주 여부, 매매 사유를 확인하고 손해배상 의사를 밝히는 방식이 좋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내용증명을 통해 원만히 합의되지 않을 경우,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