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관계인데 '상간남' 협박…변호사 30인, '만남은 함정, 절대 응하지 마라'
결혼 전 관계인데 '상간남' 협박…변호사 30인, '만남은 함정, 절대 응하지 마라'
법조계 '혼인 파탄 책임 없어, 만남 요구는 증거 수집용…오히려 협박죄 역고소 가능' 한목소리

결혼 전 관계를 빌미로 '상간남' 소송 협박을 받은 남성에게 법률 전문가 30인이 만남에 절대 응하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결혼 전 관계를 빌미로 '상간남' 협박을 받은 남성에게 법률 전문가 30인이 '만남은 함정이니 절대 응하지 말고 법적으로 대응하라'고 입을 모았다.
10년 지기 누나와 그의 결혼 전 딱 한 번 관계를 가졌을 뿐인데, '너 때문에 이혼했다'며 상간남 소송 협박에 시달리는 한 남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여성의 남편은 이혼 사실을 통보하며 만남을 요구하고 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만남 자체가 함정'이라며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너 때문에 이혼했다'…결혼 전 관계, 상간남 소송 될까?
사연의 주인공 A씨는 10년 넘게 알고 지낸 누나 B씨를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왔다. 1년 전부터 다시 연락이 닿아 몇 차례 만남을 가졌고, 좋아한다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B씨의 결혼 소식을 들은 A씨는 결혼식 직전 그녀와 한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이후 B씨의 결혼식에도 참석했고, 결혼 후에는 딱 한 번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헤어졌다.
평온했던 일상은 B씨 남편의 전화 한 통으로 산산조각 났다. 남편은 A씨에게 "오늘 너 때문에 이혼했다. 상간남 고소를 하기 전에 만나서 얘기하자"며 으름장을 놓았다. 당황한 A씨는 변호사 선임을 결심하고 법률 상담을 구하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물었다.
변호사 30인, 이구동성 '만남은 절대 금물, 소송하라 하라'
A씨의 사연에 답한 변호사 30여 명의 의견은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 책임이 성립하기 어려우며, 남편과의 만남은 절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간 행위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혼인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부정한 행위를 했을 때 발생한다. A씨의 경우, 성관계는 B씨의 결혼 전에 있었기에 상간 행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법률사무소 장우의 이재성 변호사는 "관계를 가진 것은 결혼 전이고, 결혼 후에는 저녁을 먹고 헤어진 것이 전부라면, 상간남이라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민사소송을 당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 역시 "혼인한 이후로 부정행위를 했는지가 쟁점"이라며 "혼인 후 단순한 식사를 한 것만으로는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변호사들이 만남을 극구 말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법무법인 세종 출신인 이재성 변호사는 "해당 남성과 만나게 되면 폭행 등 시비에 휘말릴 수 있으므로 만남은 안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경고했다. 오히려 "차라리 소송을 하라고 하시는 것이 본인을 위하여 더 나은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없는 죄 만드는 '자백' 유도'…남편의 진짜 속내는?
그렇다면 남편은 왜 법적 근거가 부족함에도 A씨를 만나려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증거 수집'을 위한 함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남편이 혼인 파탄의 책임을 A씨에게 덮어씌우기 위한 증거가 부족하자, 직접 만나 사과나 후회의 발언을 유도해 녹음하려 한다는 것이다.
백인화 변호사는 "아마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A씨를 대면하여, 바람을 피웠다는 일종의 자백 녹음, 즉 '사과한다', '죄송하다'는 발언을 유도하거나 각서를 받아내려고 겁주고 불러내려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꿰뚫어 봤다. 법률사무소 정승의 정우승 변호사도 "상대 남성이 녹음을 할 가능성이 크므로 부정행위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5년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상간남 고소'라는 말은 형사 절차가 아닌 민사상 위자료 청구 소송을 의미한다. 남편이 '고소'라는 위협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 자체가 A씨를 심리적으로 압박해 불리한 증거를 얻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히려 협박·스토킹'…역고소도 가능한 상황
상황에 따라서는 A씨가 오히려 남편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적 책임이 없는 사안을 빌미로 만남을 강요하고 협박하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범죄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LKB평산의 정다미 변호사는 "만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고 해악을 고지한다면 그 자체로 협박으로 고소할 수 있다"며 "반복적 연락이 오면 스토킹처벌법위반죄로 고소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태신의 성현상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이를 빌미로 협박 등을 한다면 거꾸로 고소해야 할 사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결론적으로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남편의 요구에 응해 합의금을 주거나 사과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유안의 안재영 변호사는 "앞으로는 상대방과 직접 연락을 취하지 말고, 소송이 제기되면 변호사를 통해 법리적으로 대응하면 된다"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