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증거 없는데…'미안하다'는 통화, 상간 소송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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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증거 없는데…'미안하다'는 통화, 상간 소송 이길까

2025. 10. 02 13:0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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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외도로 이혼 후 상간자 소송 고민…증거 부족에 변호사들 의견도 '분분'

전 아내의 외도를 증명해 줄 수 있는 것은 A씨 손에 남은 상간남의 '미안하다'는 통화기록 뿐이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미안하다' 한마디가 유일한 무기…성관계 없는 외도, 법정서 이길 수 있나


"미안하다." 전 아내의 내연남이 전화기 너머로 건넨 이 한마디가 A씨의 손에 남은 유일한 무기다. 성관계 한번 목격한 적 없는 외도, 그 죗값을 법정에서 물을 수 있을까. 배우자와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A씨가 마지막 법적 다툼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손에 쥔 증거, '미안하다'는 통화와 "보고싶다" 카톡뿐


소송까지 갈 생각은 없어 애써 증거를 모으지 않았던 탓에 손에 쥔 것은 단 두 가지. 상간남과의 통화에서 '바람'이라는 직접적 단어는 없었지만, 부적절한 관계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뉘앙스가 담긴 대화 내용과, 전 배우자가 상간남과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정서적 교감을 나눴다는 자백뿐이다.


육체적 관계는 부인했지만, 상간남이 전 배우자가 유부녀임을 알고 만났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했다. 뚜렷한 물증 없이 정황과 자백만으로 상간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원 문턱 넘은 '정서적 외도', 성관계 없어도 '부정행위'


다수의 변호사들은 '가능성이 있다'는 데 무게를 뒀다. 최근 법원의 판결 경향이 '부정행위'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주미 변호사는 "최근 판례는 상간 손해배상 시 성행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부정행위까지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에서 말하는 '부정행위'란 부부의 정조 의무에 반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따라서 두 사람이 연인처럼 행동하며 주고받은 메시지, 잦은 통화 등도 그 증거가 될 수 있다. 특히 A씨처럼 부정행위로 인해 혼인 관계가 실제로 파탄에 이른 경우, 인과관계가 명확해 위자료가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준환 변호사 역시 "위자료는 교제 기간, 이혼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된다"며 소송의 실익이 있음을 시사했다.


"미안하다는 말, 그게 바로 자백"…통화 녹취의 배신


이번 사안의 핵심 증거는 단연 상간남의 '사과'가 담긴 통화 내용이다. 박진우 변호사는 "상간남 본인의 '사과'와 '인정'이 담긴 통화 녹음이 있다면 승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바람'이라는 직접적인 단어가 없어도, 대화의 전체적인 맥락상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명백하다면 법원은 그것을 자백으로 인정한다"고 강조했다.


'미안하다'는 말이 불륜을 인정한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휘일 변호사도 "통화 내용에서의 간접적인 인정 및 사과 등은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결국 법정에서 통화의 맥락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증명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증거 부족하면 소송비만 날릴 판"…패소의 그림자


하지만 법정은 냉정하다. A씨의 희망 섞인 기대에 일부 변호사들은 '증거 불충분'이라는 차가운 현실을 경고하고 나섰다. 조기현 변호사는 "말씀하신 대로 증거가 상당히 부족하다"며 "민사소송의 입증 책임은 원고에게 있으므로 패소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패소할 경우, 상대방의 변호사 비용까지 물어줘야 하는 금전적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김의지 변호사 역시 "배우자의 자백은 법정에서 번복될 수 있고, 통화 내용도 명시적 불륜 인정이 아니라면 증거로 채택되기 어렵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결국 A씨의 소송은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와 같아서, 가진 증거의 증명력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셈이다.


잠자는 증거를 깨워라…동료 증언·통신 기록이 '열쇠'


그렇다면 A씨는 이대로 포기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소송 과정에서 추가 증거를 확보할 방법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A씨가 언급한 전 배우자의 동료 '여직원1'의 증언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의 관계를 가까이서 지켜본 동료의 사실확인서는 결정적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을 통해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홍노경 변호사는 "카카오톡 로그기록(대화 시간·빈도)이나 통신사 통화기록을 확보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락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그 자체로 강력한 정황증거가 된다"고 조언했다. 비록 대화 내용은 볼 수 없더라도, 비정상적으로 잦은 연락 기록은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결국 A씨의 소송은 안갯속을 걷는 것과 같다. '미안하다'는 한마디에 담긴 진실의 무게를 법원이 인정해줄 것인가. 아니면 '증거 불충분'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할 것인가. 그의 손에 들린 녹음 파일 하나가 한 가정을 파탄 낸 책임의 크기를 결정할 법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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