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서 '파이팅' 어깨 툭…장난과 폭행 가르는 '한 끗' 차이
술집서 '파이팅' 어깨 툭…장난과 폭행 가르는 '한 끗' 차이
격려 차원의 가벼운 신체 접촉, 폭행죄 성립할까? 법조계 '사회상규'와 '고의성'이 관건…'과도한 걱정 불필요'

회식 자리에서 격려차 동료의 어깨를 치는 행위는 공격 의도가 없고 사회 통념상 용인된다면 폭행죄 성립이 어렵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회식서 '파이팅' 어깨 툭 쳤다가 '폭행범' 될까…법의 경계는?
회식 자리에서 동료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직장인 A씨. 그는 며칠째 잠을 설치고 있다. 동료가 "기분 나빴다"며 정색한 뒤, 혹시나 폭행죄로 고소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A씨의 이 '평범한' 고민은 어디까지가 장난이고 어디부터가 범죄인지,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질문을 던진다.
격려의 '툭', 공격의 '퍽'…법원은 어떻게 보나
형법 제260조 제1항이 규정하는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를 처벌한다. 법원은 단순히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폭행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행위의 목적과 의도, 당시 정황, 행위의 종류, 피해자가 느낀 고통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불법성을 따진다.
법률사무소 장우의 이재성 변호사는 “단순히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가 있다 하여 모두 폭행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며 “화이팅하라는 의미였다면 폭행의 고의도 없었으므로, 폭행죄 구성요건의 객관적·주관적 요소 모두 충족하지 않는 사안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공격할 의도가 없는 격려의 손길은 범죄가 아니라는 취지다.
'사회상규'라는 방패…법원, 경미한 접촉에 관대
설령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꼈다고 해도 모든 신체 접촉이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우리 법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형법 제20조)는 벌하지 않는다는 ‘정당행위’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경미한 신체 접촉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 실제로 의정부지법은 과거 유사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어깨를 밀친 사안에서 “피해자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친밀한 관계에서의 가벼운 접촉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행위로 보는 것이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격려나 친밀감의 표현으로 어깨를 가볍게 치는 행위는 일반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의 범위 내로 평가될 수 있다”며 “특히 술자리라는 상황적 맥락과 행위의 경미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행위를 폭행죄로 처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법이 개인의 사적인 모임에까지 과도하게 개입해 긴장감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만약 고소당했다면?…'무혐의' 유력, 합의도 방법
만약 상대방이 오해해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종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법무법인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술집에서 화이팅하라는 의미로 약하게 어깨를 툭툭 친 것은 폭행죄가 되지 않는다”며 “만약 상대방이 신고, 고소하더라도 무혐의 주장이 가능하고 경찰 단계에서 불입건, 불송치 종결시킬 수 있겠다”고 단언했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따라서 만약 상대방이 문제를 삼는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원만히 합의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강민기 변호사는 “초범이고 행위의 경미성을 입증할 수 있다면 기소유예(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면 검찰에서도 사건을 기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법조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격려의 의미로 어깨를 가볍게 친 행위가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법은 상식의 울타리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례는 개인 간 물리적·심리적 경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하다. 불필요한 오해를 넘어 존중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무심코 뻗는 손길에 신중을 기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