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불명 아버지와 증발한 동거인, 재산 지킬 마지막 기회
의식불명 아버지와 증발한 동거인, 재산 지킬 마지막 기회
법조계 "성년후견은 기본, '이것' 신청 안 하면 속수무책"

아버지가 의식불명으로 쓰러진 후 동거인이 사라져 가족들이 재산 관리와 병원비 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아버지가 쓰러지자 그의 휴대폰을 쥔 사실혼 관계의 동거인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병원비 결제부터 재산 관리, 비상 연락까지 모든 것이 멈춰버린 상황.
법률 전문가들은 '성년후견'을 신청하는 것은 기본이며, 재산이 빼돌려질 수 있는 결정적 공백을 막기 위한 '긴급 처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만장일치로 경고했다.
"핸드폰만이라도…" 아버지가 쓰러지자 동거인은 사라졌다
사위 A씨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이혼 후 홀로 지내시던 장인어른이 의식불명으로 쓰러지셨다는 것.
응급실에는 사실혼 관계의 동거인이 동행했지만, 상태가 위독해지자 병원은 직계가족인 아내에게 연락을 취했다. 급히 병원으로 달려간 A씨 부부. 장례 절차나 지인 연락을 위해 장인의 휴대폰을 돌려달라고 요청한 순간, 동거인은 전화를 받지 않고 자취를 감췄다.
아버지의 모든 정보가 담긴 휴대폰과 함께 동거인이 사라지자, 가족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상황에 놓였다.
법조계의 만장일치 해법, '성년후견' 신청부터 하라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가 문제 해결의 첫 단추라고 조언했다. 성년후견은 질병이나 사고로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성인을 위해 법원이 법정대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법무법인 성진 김진아 변호사는 "장인어른께서 의식불명 상태라면, 재산관리나 병원비 처리 등을 위해 성년후견개시심판을 검토하시는 방향이 맞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자녀인 아내가 직접 청구해 후견인으로 선임되면, 법적으로 재산 관리, 병원비 결제, 의료 행위 동의 등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할 수 있다.
'3~6개월의 공백', 재산 유출 막을 긴급 카드는?
문제는 시간이다. 성년후견 심판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통상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 '공백기'를 가장 위험한 시간으로 지목한다. 이 기간에 동거인이 장인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은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병원비·재산처리 공백이 크면, 심판 진행 중 임시후견인 또는 직무대행자 선임(사전처분)을 함께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임시후견'이라는 긴급 카드를 통해, 본안 결정이 나기 전 신속하게 관리 권한을 확보해야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휴대폰을 들고 잠적한 동거인, 처벌은?
그렇다면 장인의 물품을 가진 채 사라진 동거인의 법적 책임은 어떻게 될까?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사실혼 관계자는 법적으로 배우자와 동일한 권한이 인정되지 않습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직계 자녀가 있는 상황에서 사실혼 관계자는 법적 보호자나 재산 관리인의 지위를 주장하기 어렵다. 만약 후견인이 선임된 후에도 물품 반환을 거부한다면 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홍대범 변호사는 "상대방이 연락을 피하며 물건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후견인 자격으로 유해물 반환 청구 소송이나 업무상 횡령/점유이탈물횡령 등으로 형사 고소 및 민사상 압류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라며 강력한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