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물건 채우다 손님 엉덩이 스친 알바생…"고의 아닌데 어떡하죠?"
편의점서 물건 채우다 손님 엉덩이 스친 알바생…"고의 아닌데 어떡하죠?"
섣부른 사과는 '자백'될 수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교대 시간을 앞두고 좁은 통로에서 물건을 채우던 아르바이트생 A씨. A씨의 손이 손님 B씨의 엉덩이 부근을 스친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찰나는 A씨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드는 악몽이 됐다.
B씨가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신고하면서, A씨는 한순간에 '피의자' 신분이 됐다. A씨는 "고의는 추호도 없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A씨의 모든 움직임은 편의점 천장 CCTV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찰나의 스침, CCTV는 누구 편인가
이번 사건의 유죄와 무죄를 가를 단 하나의 기준은 A씨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다. 강제추행죄는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타인의 신체에 접촉해야 성립하는 범죄다. 언뜻 A씨에게 불리해 보이는 CCTV 영상이, 역설적으로 A씨의 무고를 증명할 가장 강력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설명했다.
법무법인 성진의 김진아 변호사는 "형사처벌 대상은 우연한 접촉이 아니라, 명백한 성적 의도를 가진 신체 접촉"이라며 "이를 부인할 객관적 자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원 지하철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판례처럼, A씨의 경우도 CCTV 영상을 통해 △통로가 물리적으로 얼마나 비좁았는지 △물품 진열이라는 업무상 동선이 불가피했는지 △접촉 당시 손 모양이나 스치는 속도가 성적인 의도로 보기 어려운지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경찰서에서 뱉은 한마디, 족쇄 될 수 있다
A씨를 옥죄는 또 다른 공포는 자신의 '솔직한 진술'이다. 경찰 조사에서 CCTV 영상을 본 뒤 "영상을 보니 닿은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이 혹시나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 될까 두려운 것이다. 변호사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진술 '기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재헌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시 상황에서 고의나 추행의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명확하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접촉이라는 객관적 사실은 인정하더라도, 추행이라는 주관적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구체적인 상황 설명과 함께 단호하게 선을 긋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선의의 사과가 '돌이킬 수 없는 자백'으로
억울함과는 별개로, 불편함을 느꼈을 손님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법의 세계에서 섣부른 사과는 '자백'으로 오인될 위험이 크다. 섣부른 사과 한마디가 돌이킬 수 없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온 신동우 변호사는 "사과의 뜻을 전하더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혐의 인정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제 잘못입니다'와 같이 책임을 통째로 인정하는 표현은 절대 금물이다. '의도치 않은 접촉으로 불편을 드려 유감입니다' 정도의 도의적 유감 표명에 그쳐야 한다는 게 변호사들의 조언이다.
결국 A씨가 불송치 결정을 받기 위해서는, 찰나의 순간이 담긴 CCTV 영상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조사 과정에서 일관된 진술을 유지하는 법적 대응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