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없는 상담실의 발길질…스마트폰 녹음파일이 운명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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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없는 상담실의 발길질…스마트폰 녹음파일이 운명을 갈랐다

2025. 11. 11 17:0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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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8인 결론 '욕설은 무죄, 발길질은 유죄'…'공연성' 없는 모욕죄와 '반의사불벌죄' 폭행죄의 차이

부동산 중개인이 임차인에게 욕설과 발길질을 한 사건에 대해 변호사들은 '욕설은 무죄, 발길질은 유죄'라고 분석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변호사 8인 결론 '욕설은 무죄, 발길질은 유죄'…스마트폰 녹음파일, 운명 가를까


"씨X" 욕설과 함께 무릎을 향해 날아든 발길질. 이 모든 상황이 임차인의 스마트폰에 고스란히 녹음됐다. CCTV 없는 상담실에서 벌어진 이 순간의 폭력은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있을까.


사건은 부동산 사무실에서 시작됐다. 젊은 임차인 A씨의 말투가 '버릇없다'고 느낀 중개인이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과 함께 A씨의 무릎을 발로 찬 것이다. A씨는 폭행 직후 별다른 항의 없이 욕설에 대해서만 되물었지만, 그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은 모든 소리를 담고 있었다. 경찰 조사를 앞둔 중개인의 운명은 녹음파일에 달리게 됐다.


단둘이 한 욕설, 녹음돼도 '모욕죄'는 안 된다?


중개인의 첫 번째 희망은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였다. A씨와 단둘만 있는 공간이었으니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 믿었다. 8명의 법률 전문가들은 중개인의 예상이 맞다고 분석했다.


형법상 모욕죄의 핵심은 '공연성', 즉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진배 변호사는 "질문자와 임차인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한 욕설은 공연성이 부정되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와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 등 대다수 전문가도 "발언 당시 제3자가 없어 전파될 가능성이 희박했다면, 녹음 여부와 상관없이 모욕죄 처벌은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퍽' 소리까지 담겼다면…빼도 박도 못 할 폭행죄


하지만 발길질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상대방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한 행위는 그 자체로 명백한 '폭행죄'다. 관건은 증거였다. 중개인은 A씨가 즉각 항의하지 않은 점을 들어 혐의를 부인할 여지를 찾았지만, 변호사들은 '녹음 파일'의 위력을 경고했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세영의 이소연 변호사는 "폭행 장면이 직접 보이지 않더라도, 발길질하는 소리나 피해자의 신음, 이후 대화 등이 녹음됐다면 부인하기 어려운 증거"라고 지적했다. 수사팀장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수사 경험상 녹음 증거가 있는데도 혐의를 부인하면 오히려 가중처벌될 수 있다"며 섣부른 부인을 만류했다.


결국 해답은 '합의'…'반의사불벌죄'가 마지막 기회


결국 변호사들이 내놓은 최선의 해법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는 모욕죄와 달리, 명백한 폭행죄는 신속히 인정하고 피해자와의 합의에 주력하라는 것이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에 해당한다.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가 사건을 조기에 종결할 유일한 열쇠인 셈이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폭행 혐의를 부인하기는 어려우므로 피해자와 합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권고했고,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 역시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순간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모든 순간이 기록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증거가 없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교훈을 이번 사건은 명확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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