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채팅방 '비꼬는 댓글', 모욕죄 될까? 변호사 8인에게 물었다
단체 채팅방 '비꼬는 댓글', 모욕죄 될까? 변호사 8인에게 물었다
"잘나셨네요" 한 마디에 경찰서 갈 수도
'비꼼'과 '모욕'의 아슬아슬한 경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단체 채팅방에 "잘나셨네요" 비꼬는 댓글을 남긴 A씨.
모욕죄 성립 여부를 두고 변호사 8인의 의견이 6대 2로 엇갈리며 법적 경계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잘나셨네요, 정말." 단체 채팅방에 비꼬는 댓글 한 줄 남겼다가 경찰서에 갈 수도 있을까? 한 시민의 사소한 궁금증이 '모욕죄'의 성립 범위를 둘러싼 법률 전문가들의 뜨거운 논쟁으로 번졌다.
A씨는 최근 한 단체 채팅방에서 특정 두 사람이 대화를 독점하자 불편함을 느꼈다. 다른 참여자들이 소외되는 분위기 속, 그는 "잘나셨어", "대단들 하셔", "저명하신 박사님 두 분이서 대화하는데 내가 어떻게 끼냐"며 반어법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조롱의 의도는 있었지만, 범죄가 될 '모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혹시 모를 형사 처벌 가능성에 불안감을 느껴 법률 전문가들의 문을 두드렸다.
'기분 나쁨'과 '범죄', 법의 경계는 어디인가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여러 사람이 알 수 있게(공연성)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했을 때 성립한다. A씨의 경우 단체 채팅방에서 특정인을 향해 발언했으므로 공연성과 특정성 요건은 충족될 가능성이 크다.
핵심은 그의 발언이 법이 정한 '모욕성'을 갖췄는지다.
대법원은 "표현이 다소 무례하고 저속하더라도,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단순한 불쾌감이나 무례함과 법적 처벌 대상인 모욕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걱정은 기우" 6인 vs "반복되면 유죄" 2인, 변호사들의 갑론을박
A씨의 사연에 대해 변호사 8인의 의견은 6대 2로 뚜렷하게 갈렸다.
다수인 6명의 변호사는 '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모욕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안"이라며 "걱정은 완전한 기우"라고 단언했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 역시 "다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비꼼의 표현일 뿐,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수준은 아니다"라며 "실제 판례에서도 대부분 불기소 또는 무죄 처분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백지은, 이진규, 박지영, 박성영 변호사 등도 "단순히 비꼬는 것만으로는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탰다.
반면, 일부 변호사는 '반복성'과 '맥락'에 따라 유죄 가능성이 있다는 신중론을 폈다.
박영재 변호사(법무법인 창세)는 "문맥상 상대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의도가 명확하고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경우 모욕죄가 성립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안준표 변호사(법무법인 바른길)도 "직설적 욕설은 아니나, 반복된 비아냥으로 상대의 인격적 가치를 깎아내리는 톤이 형성되면 모욕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A씨의 발언이 당장 형사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법의 저울은 절대적이지 않다.
소수 의견처럼 발언의 '반복성'과 전체 '맥락'이 유무죄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온라인 소통에서 순간의 감정이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키보드를 누르기 전 한 번 더 생각하는 신중함이 법적 책임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