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시킨 대로 내 통장에 돈 받아 현금으로 매출 전달했는데 "너 횡령죄로 고소"
사장이 시킨 대로 내 통장에 돈 받아 현금으로 매출 전달했는데 "너 횡령죄로 고소"
영수증 등 구체적인 증거 없어 입증하기 매우 어려운 사안
유일한 길은 통장 입출금내역 바탕으로 돈의 흐름 추적하는 것뿐
돈 일부라도 개인적 용도로 사용됐다면 '업무상 횡령' 처벌 가능성 커

'매출을 줄여야 한다'며 사장의 특이한 요청에 따라 자신의 통장으로 거래처 대금을 수금 받고, 현금을 따로 출금해 사장에게 전달했는데 '횡령죄'로 고소당할 위기인 A씨.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자동차용품점 영업직원으로 일한 A씨. "매출을 줄여야 한다"는 사장의 특이한 요청에 따라 자신의 통장으로 거래처 대금을 수금 받고, 현금을 따로 출금해 사장에게 전달했다.
A씨는 자신은 손해 볼 것도 없고, 회사가 잘되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 사장이 하라는 대로 했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일하고, 이직을 위해 "그만두겠다"고 말한 A씨.
그런데 사장이 "네가 1년 동안 공금횡령 했으니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사장의 말에 말문이 턱 막힌 A씨. 사장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이를 고소하겠다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자신이 사장에게 현금을 찾아 줄 때는 따로 작성한 영수증 같은 것도 없었다.
유일한 증거는 자신의 통장이 전부인 A씨. 사장이 주장하고 있는 횡령금액은 4000만원. A씨는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변호사를 찾았다.
변호사들은 현금을 사장에게 전달한 구체적 증거가 하나도 없는 A씨의 경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의 반환을 거부하면 성립하는 범죄다. A씨의 경우 이미 사장에게 현금으로 반환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다.
변호사들은 "A씨가 사장에게 현금으로 준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면서 "(A씨의) 통장 입출금 내역에 따라 혐의를 벗을 수도,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창현의 조계창 변호사는 "(A씨) 통장으로 들어온 돈이 그와 인접한 시기에 예외 없이 전액 출금됐는지가 중요하다"면서 "그럼 비슷한 시기에 사장 개인 통장이나 가족들 통장으로 입금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도 같은 취지로 "A씨가 찾은 금액과 비슷한 액수가 사장 쪽 계좌로 들어갔다면, 증명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씨가 현금을 출금한 시기를 따져 돈이 사장에게 전달된 흐름이 인정되면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A씨가 통장에 입금된 돈 일부라도 사용했다면 업무상 횡령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창 변호사는 "통장으로 들어온 돈 중 일부가 A씨 명의의 다른 통장으로 이체되거나, A씨 휴대폰 요금 납부 등으로 사용되거나 했다면 업무상횡령죄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대법원은 용도가 제한된 자금을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행위 자체로 횡령죄가 성립한다(99도4923)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