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아버지, 딸 결혼식 참석할 수 있나…'구속집행정지' A to Z
구치소 아버지, 딸 결혼식 참석할 수 있나…'구속집행정지' A to Z
사기 혐의로 미결 수용된 아버지의 결혼식 참석을 두고 딸의 애타는 질문. 법조계는 '가능하지만 장담은 못 해'…법원의 허가 기준과 신청 절차를 법률 전문기자가 짚어봤다.

사기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된 아버지가 딸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을까?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눈물의 결혼식 D-30, 구치소 아버지의 '하루짜리 외출'은 가능할까
“제 결혼이 12월 중순인데, 아버지가 구치소에 수용됐습니다. 결혼식 당일만이라도 아버지가 오실 수 있을까요?”
한 온라인 법률 상담 플랫폼에 올라온 이 애타는 질문은, 법의 엄격함과 가족의 애틋함이 충돌하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기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는 미결수 아버지를 둔 예비 신부의 사연. 법은 과연 그녀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까.
“확률은 반반”...결혼식은 특별한 사유,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구속된 피고인이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다. 형사소송법 제101조가 규정한 ‘구속집행정지’ 제도를 통해서다.
이는 중대한 질병이나 직계가족의 장례식처럼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법원이 일시적으로 구속 상태를 풀어주는 제도다. 자녀의 결혼식 역시 중요한 가족 행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가능성’과 ‘허가’는 다른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는 “직계혈족의 장례식 등은 비교적 관대하게 구속집행정지를 하여 주지만, 결혼식은 확률이 반반”이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법원이 피고인의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한장헌 변호사 역시 “반드시 허가되는 것은 아니며, 도주 우려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저울, ‘도주 우려’와 ‘가족의 눈물’ 사이
법원은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들어오면 여러 요소를 저울질한다. 피고인이 받고 있는 혐의의 중대성,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그리고 무엇보다 ‘풀어줬을 때 다시 돌아올 사람인가’ 하는 신뢰의 문제다. 특히 사기 사건의 경우, 혐의 내용과 피해 회복 여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은 피고인의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사건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이루어진다”며, 허가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결혼식 당일에 참석이 꼭 필요함을 강조하는 사유서 및 가족관계 증빙 자료(혼인신고서, 청첩장 등)를 함께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것이 딸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를 재판부에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간과의 싸움,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라
신청 절차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질문자는 아버지의 사건 번호만 알고 있는 상태. 변호사들은 사건 번호만으로도 절차 진행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변호사를 선임해 사건 기록을 파악하고, 법원에 구속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윤영석 변호사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당일이나 익일에 결정이 나오기도 하지만, 급속한 필요가 없다면 몇 주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는 신청 후 3일에서 2주 사이에 결정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결혼식 날짜가 코앞에 닥쳐 신청하기보다는, 최소 2주 이상의 시간을 두고 서두르는 것이 현명하다.
법원이 허가 결정을 내리더라도 보증금 납부나 주거지 제한 같은 조건이 붙을 수 있다. ‘하루의 자유’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은 셈이다. 차가운 구치소 철창을 사이에 둔 아버지와 딸. 법원이 과연 이들의 애틋한 사연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그 결정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