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은 필요 없습니다" 경찰의 거절…'형사공탁'은 구원의 동아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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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금은 필요 없습니다" 경찰의 거절…'형사공탁'은 구원의 동아줄 될까

2025. 12. 09 09:40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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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집행방해 혐의자, 피해 경찰관 합의 거부에 '마지막 카드' 고민. 법조계 "절차 까다롭고, 진심 없는 공탁은 역효과 날 수도"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 경찰의 합의 거부로 난관에 부딪혔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무릎 꿇고 빌었지만 경찰은 단호했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은 법원에 돈을 맡기는 '형사공탁'뿐이었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공무를 집행하던 경찰관에게 폭력을 휘두른 A씨. 그는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피해 경찰관을 찾아가 무릎까지 꿇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합의금은 절대 받지 않겠다”는 차가운 거절이었다. 실형까지 각오해야 할 위기에서 A씨가 기댈 곳은 법원에 돈을 맡겨 용서를 구하는 ‘형사공탁’ 제도뿐이었다.


무릎 꿇어도 소용없었다…'합의금 안 받는다'는 경찰


공무집행방해죄는 국가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로, 법원이 매우 엄격하게 처벌하는 범죄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의외로 처벌 수위가 높은 대표적인 범죄”라며 “초범이라도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 역시 “초범이어도 검사는 실형을 구형하고 법원도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A씨가 용서를 구하려 했지만 합의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는 A씨만의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피해에 대해 내부적으로 합의금을 받지 않는다는 지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피해 회복을 넘어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 회복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 바로 형사공탁이다.


마지막 희망 '형사공탁', 문턱부터 만만찮다


형사공탁은 피해자가 합의금 수령을 거부할 때, 피고인이 법원에 일정 금액을 맡겨 피해 회복 의지를 증명하는 제도다. 하지만 돈만 맡기면 끝나는 간단한 절차가 아니다. 핵심은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어 합의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법원에 공식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법원이나 검찰청에 피해자의 인적사항 열람·등사(기록을 보거나 복사하는 것)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공식 서류가 필수적이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신청 거절 서류가 필수”라고 못 박았고,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 역시 “피해자 인적사항 열람등사 신청 후 거절을 당해야만 진행이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A씨가 시도했던 ‘온라인 수사기록 등사신청 처리불가’ 통지만으로는 증거가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법무법인 필 배성재 변호사는 “안내받은 내용에 따라 직접 방문 신청을 하는 걸 추천한다”며 “온라인 신청 처리불가 통지만으로는 공탁이 거절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공탁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돈만 맡기면 끝?…'진심 없는 공탁'에 싸늘한 법원


어렵사리 공탁에 성공하더라도 이것이 ‘만능 열쇠’는 아니다. 변호사들은 형사공탁이 양형(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것)에 유리한 사유가 되는 것은 맞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법원은 최근 기계적인 공탁에 대해 냉정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배성재 변호사는 “최근 법원은 아무런 노력 없이 소정의 금액만을 공탁하는 경우 이를 유리한 양형사유로 고려하지 않는 추세”라며 “피해 경찰관에게 수차례 찾아가 사과하려 했던 노력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형사공탁은 피고인의 반성을 보여주는 여러 도구 중 하나일 뿐, 그 자체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합의가 가장 중요한 양형자료”라면서도 “피해 경찰관으로부터 처벌불원서를 받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합의에 최선을 다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탁이라는 형식보다 피해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A씨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재판 과정에서 더 중요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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