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포렌식 '엑셀 파일', 법정 증거 효력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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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포렌식 '엑셀 파일', 법정 증거 효력 있을까?

2025. 11. 07 11:4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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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건으로 복구한 카톡 대화에서 '통매음' 정황 발견… 변호사들 "포렌식 감정서 함께 제출해야 증거능력 인정"

휴대폰 포렌식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성범죄 증거인 엑셀 파일은 그 자체로는 증거능력이 부족하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다른 사건 때문에 맡긴 휴대폰 포렌식에서 우연히 '성범죄' 단서를 발견했다면, 엑셀 파일로 정리된 이 대화는 법적 증거가 될 수 있을까.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전혀 다른 사건 때문에 법률사무소에 맡겼던 자신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디지털 기기 정보 분석) 결과물 속에서다. 포렌식 업체는 복구된 카카오톡 대화 내역 전체를 엑셀 파일로 정리해 전달했는데, A씨는 여기서 과거의 한 대화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에 해당하는 메시지를 발견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A씨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증거는 카카오톡 대화창을 직접 캡처한 원본이 아닌 엑셀 파일 형태였다. 과연 법원이 이것을 증거로 인정해 줄까. 더군다나 문제의 메시지를 보낸 피고소인은 아주 멀리 살아, 섣불리 고소했다가 조사만 받고 사건이 종결되는 '허탕'을 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 폰에서 나온 '성범죄 증거', 왜 엑셀 파일이란 게 발목을 잡나?


A씨의 고민처럼,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은 일반인에게 매우 낯설고 어려운 법률 문제다. 특히 카카오톡 대화 같은 전자정보는 위조나 변조가 쉽다는 특성 때문에 법원이 그 증거능력을 매우 까다롭게 따진다. 증거가 '원본과 동일하다'는 무결성(integrity)과 '작성자가 만든 것이 맞다'는 진정성(authenticity)이 입증되어야만 법정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A씨가 가진 엑셀 파일은 원본 대화창과 모습이 달라, 그 자체만으로는 증거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법무법인 LF의 손병구 변호사는 "증거 자료는 최대한 원본 형태로 제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고,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엑셀 파일만으로는 증거 인정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왜 '엑셀 파일'을 믿지 않나…변호사들이 제시한 '신의 한 수'


그렇다면 A씨는 포기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아니다'라고 답한다. 방법은 있다. 바로 포렌식 분석 과정의 신뢰성을 입증하는 보강 자료를 함께 제출하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이도의 김경훈 변호사는 "포렌식 분석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음을 증명할 수 있는 상세한 보고서나 데이터 추출의 무결성을 입증할 자료가 전문가 소견서 형태로 함께 제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즉, 포렌식을 수행한 업체로부터 '이 엑셀 파일은 원본 카카오톡 데이터를 일체의 변경 없이 그대로 추출한 것'이라는 내용의 감정서나 확인서를 받아 고소장과 함께 내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반향의 유선종 변호사도 "포렌식을 진행한 업체의 감정서를 통해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문서가 있다면, 엑셀 파일도 원본 못지않은 증거 효력을 가질 수 있다.


증거는 찾았는데…'성적 욕망'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포렌식 감정서로 증거능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A씨. 하지만 또 다른 산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대화 내용 자체가 통매음의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에 따르면, 통매음은 단순히 기분 나쁜 말을 했다고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다. A씨가 받은 메시지가 '자신 또는 타인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에서 비롯됐고,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킨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한다. A씨는 고소를 위해 문제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전체 대화의 맥락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봐야 했다.


섣부른 고소는 '허탕' 칠 수도…전문가와 증거부터 점검해야


결론적으로 A씨가 발견한 엑셀 파일은 '포렌식 감정서'라는 날개를 달면 충분히 유효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피고소인의 거주지가 멀다는 점은 수사기관이 증거가 명확하다고 판단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찰은 증거가 충분할 경우 피고소인의 주소지 관할 경찰서로 사건을 이관해서라도 수사를 진행한다.


다만,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가 조언했듯, 증거의 신뢰성 확보와 통매음 구성요건 해당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섣불리 고소에 나서는 것은 피해야 한다. A씨의 사례는 우연히 발견한 디지털 증거가 어떻게 법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법적 절차와 요건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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