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혔다는데... 제 돈은요?" 1년 만에 날아온 '사기꾼 재판' 카톡, 피해자가 할 일
"잡혔다는데... 제 돈은요?" 1년 만에 날아온 '사기꾼 재판' 카톡, 피해자가 할 일
별도 민사소송 없이 형사재판서 피해 회복 가능... 전문가들 '배상명령 신청' 한목소리

잊고 살았는데 A씨가 사기당한지 1년 만에 검찰에서 "사기꾼이 잡혔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그냥 잊고 살았는데..." 1년 만에 날아온 '사기꾼 재판' 카톡 한 통
"그냥 잊고 살았는데 1년이 지난 지금, 검찰로부터 '사기꾼을 잡아 재판에 넘겼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1년 전 중고거래 사기로 수십만 원을 잃었던 A씨는 기쁨보다 당혹감이 앞섰다. 범인은 잡혔다는데, 정작 내 돈은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A씨가 사기를 당한 것은 1년 전. 중고나라에서 물품을 구매하려다 돈만 날렸다. 경찰에 즉시 고소했지만, 사건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조직적 사기"라는 답변과 함께 수사 관할이 부산, 광주, 경북 등으로 계속 바뀌어갔다.
해외에 콜센터까지 둔 대규모 범죄 조직이라는 소식에 A씨는 사실상 돈을 돌려받는 것을 포기한 채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잊고 지내던 A씨의 휴대전화에 검찰로부터 메시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피의자를 사기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공판(정식 재판)에 넘겼다"는 내용이었다.
재판에 참여하거나 탄원서를 내라는 안내도 뒤따랐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피해 변제'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
"합의 연락 한 통 없었는데... 왜 바로 재판인가요?"
A씨의 가장 큰 의문은 '왜 합의 시도 한번 없이 바로 재판으로 넘어갔는가'였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조직적 사기 사건의 특성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일차적 목표는 피의자 처벌"이라며 "특히 피해자가 많고 피해액이 큰 조직 범죄의 경우, 개별 합의를 중재하기보다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해 기소를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피의자 측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합의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검찰이 먼저 합의를 권유하며 연락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내 돈, 한 푼이라도 돌려받을 방법은 없나요?"
그렇다면 A씨는 속수무책으로 돈을 포기해야 할까. 다행히 방법은 있다. 바로 '배상명령 신청' 제도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배상명령은 형사재판 절차에서 피해자가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간편하게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복잡한 민사소송을 따로 제기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부에 "피해액을 돌려달라"고 직접 요청하는 절차다.
신청은 1심 재판의 변론이 종결되기 전까지 해당 재판부에 서면으로 제출하면 된다. 김일권 변호사 역시 "형사법원에 배상명령 신청과 함께, 피의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면 피해금액을 회수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실적으로 전액 회수는 어려울 수도... 그래도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
물론 현실의 벽은 높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구공판까지 갔다는 건 피의자가 합의 의사가 없거나 변제 능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에 거점을 둔 조직적 사기는 범죄 수익을 은닉하거나 이미 탕진했을 가능성이 커 전액 회수는 쉽지 않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이르다. 피의자의 죄명에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이 포함된 점은 작은 희망이다. 수사기관이 범죄 수익을 일부라도 추적해 압수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압수된 범죄수익이 있다면 이를 통해 일부라도 피해를 환부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포기하지 말고 배상명령 신청, 탄원서 제출 등 가능한 법적 절차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처럼 소액 사기 피해 후 기나긴 기다림 끝에 재판 소식을 접한 이들에게 '배상명령' 제도는 가장 현실적인 구제책이다. 비록 범죄 조직의 뿌리까지 돈을 추적해 전액을 돌려받는 것은 '바늘구멍 찾기'처럼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법의 문을 두드리는 것만이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는 유일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