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행세하다 성희롱…'넷카마'는 처벌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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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행세하다 성희롱…'넷카마'는 처벌받지 않을까?

2026. 04. 30 09:2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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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될까 불안한 남성, 변호사들 “일반적으론 무혐의, 하지만…”

랜덤채팅에서 여성 행세(넷카마)를 하던 남성이 성희롱을 당한 뒤, 성별을 속였다는 이유로 처벌받을까 불안해했다. / AI 생성 이미지

호기심에 시작한 여성 행세(넷카마)가 성희롱 피해와 처벌 불안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랜덤채팅에서 노골적인 성희롱을 당하고도, 성별을 속였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이 통신매체 이용음란죄(통매음)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인 한 남성의 사연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체로 '처벌 가능성이 낮다'고 봤지만, 특정 조건에서는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엇갈린 분석을 내놓으며 사건의 복잡성을 드러냈다.


"여자라 했더니 '가슴 만지고 싶다'"…되레 처벌받을까 두려운 남성


“정말 여자라고 하면 남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까?” A씨의 행동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그는 랜덤채팅 앱에 ‘연애하고 싶다 20대여’라는 방을 만들고 여성 행세, 즉 ‘넷카마’가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러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그중 한 남성은 대뜸 “관계해 본 적 있냐”, “너 옷 벗겨서 가슴 만지고 싶다”며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을 쏟아냈다. A씨가 “그런 말 좀 그렇다”며 거부 의사를 내비쳤지만, 상대는 “왜 ㅠ 너랑 하고 싶은 걸”이라며 말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A씨가 대화를 정리하자 상대는 방을 나갔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성희롱 피해는 자신이 입었는데, 성별을 속였다는 사실이 되레 자신을 처벌로 이끌 수 있다는 불안감이 A씨를 덮쳤다.


경찰서에서는 “여자라고 속였기 때문에 99% 불송치된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만약 상대가 이의제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성적 발언 안 했다면 처벌 불가"…전문가 다수 '무혐의'에 무게


법률 전문가 다수는 A씨가 통매음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입을 모았다. 통매음은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을 상대방에게 '도달'시켜야 성립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질문자님은 성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제 요청을 한 상황입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성적인 말을 한 것은 상대방이므로, 처벌 대상 역시 상대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 역시 "넷카마 행위 자체는 별도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라고 강조하며, 경찰의 불송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법무법인 감명 임지언 변호사는 더 나아가 "실무에서도 이 부분 때문에 넷카마 상황에서는 통매음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라며, A씨가 실제 여성이 아니라는 점이 통매음의 '피해자' 구성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렵게 만드는 현실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거부 후 반복'했다면…단순 장난 아닐 수도


그러나 '넷카마'라는 사실이 가해자에게 무조건적인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일부 변호사들은 A씨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상대방의 성희롱이 반복됐다면, 죄의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는 "성별을 속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불송치로 귀결되지는 않습니다"라고 지적하며, 대화의 전후 흐름과 표현의 노골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지헌 임대환 변호사 역시 불송치가 나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제지 이후에도 반복된 점, 표현의 구체성, 캡처 등 증거가 명확하면 송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넷카마 사례는 무혐의 처분되는 경우가 많다는 실무 경향을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서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수위 높은 성적 발언이 지속되었다면, 당시 정황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를 다퉈볼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라고 덧붙여, 명백한 거부 의사를 무시한 행위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랜덤채팅은 성적 대화 동의? 판례는 'NO'


일각에서는 'A씨가 성적 대화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랜덤채팅 앱의 특성상 어느 정도 성적인 분위기가 용인된다는 편견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리라법률사무소 김현중 변호사는 관련 판례를 소개하며,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명확히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 판례는 ‘해당 어플이 성적인 대화와 사진 전송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랜덤 채팅 어플리케이션인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모든 이용자들이 위 어플리케이션을 성적인 목적으로 이용한다거나, 당연하게 성적인 대화나 사진 전송에 대한 동의가 전제되어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음"이라고 밝혔다.


즉, 랜덤채팅 앱을 이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모든 성적 접근에 대한 동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화 전체 캡처를 보관하고, 성적 발언을 거부한 흐름을 명확히 정리해 둘 것을 공통적으로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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