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워 줄 사람' 찾던 16세…가출 청소년 노린 '가짜 보호자'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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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재워 줄 사람' 찾던 16세…가출 청소년 노린 '가짜 보호자'의 정체

2025. 06. 05 17:39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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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앱으로 16세 청소년 유인, 3차례 집에 데려가 2차례 강간

동종 전과에 집행유예 중 재범으로 중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서울에서 재워 줄 사람"


16살 가출 소녀가 채팅 어플에 올린 게시글. 그런데 이 아이를 '보호'하겠다며 데려간 40대 남성은 악마 중에 악마였다.


춘천지방법원은 2024년 11월 28일, 가출 청소년을 자신의 집에 데려가 강간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동시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5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절박한 SOS에 다가온 '가짜 보호자'

2024년 1월 13일, 채팅앱 '즐톡'에는 한 소녀의 간절한 글이 올라왔다. 서울에서 재워 줄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부모와의 불화로 집을 나온 고등학교 2학년 B양(16)이 올린 글이었다.


A씨는 이 글을 보고 연락했다. 다음날 새벽 2시, 서울 서대문구에서 B양을 만난 A씨는 마포구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B양이 고등학생이며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실종아동등의보호및지원에관한법률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실종아동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보호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이를 무시했다. 아니, 애초부터 '보호'가 목적이 아니었다.


"하지 마"...거부해도 멈추지 않았다

첫 번째 성폭행은 B양을 데려온 지 이틀 뒤인 1월 16일 새벽 발생했다. 허리가 아프다는 B양의 말에 A씨는 마사지를 해주겠다며 침대에 엎드리게 했다. 오일을 바르고 주무르던 중 갑자기 B양의 바지를 내렸다.


B양이 거부했지만 A씨는 멈추지 않았다. 강제로 B양을 뒤집어 눕히고는 몸 위로 올라탔다. B양이 발로 밀어내려 했지만, A씨는 손으로 B양을 눌러 억압한 후 성폭행했다.


A씨의 악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범행은 5월 4일 새벽. A씨는 침대에 누워있던 B양의 목에 입을 맞추고 몸을 더듬었다. B양이 저항했지만, A씨는 강제로 손을 치웠다. 이후에 범행이 이어졌다.


동종 전과자의 뻔뻔한 부인

충격적인 것은 A씨가 이미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강제추행) 등 동종 범죄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집행유예 기간 중에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A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합의 하에 이뤄진 일"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B양이 강간 피해를 입었다면 왜 계속 자신의 집에 머물렀냐는 입장을 늘어놓았다.


법원은 이를 일축했다. "16세 청소년이 부모와의 불화로 가출해 서울에서는 피고인의 집 외에 머무를 곳이 없었다"며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는 연령, 가해자와의 관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마약 수사 중 우연히 발각된 진실

이 끔찍한 범행은 우연히 드러났다. 5월 7일, 강원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가 A씨에 대한 별건 마약 사건으로 집을 수색하던 중 B양을 발견한 것이다.


B양은 그제서야 경찰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법원은 "피해자가 무고죄나 위증죄로 처벌받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며 B양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한편 법원은 필로폰 관리 및 소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 수사기관은 피고인에게 영장 사본을 교부하지 않은 채 집행한 뒤 그 집행절차가 종료된 이후에 사본을 교부했다"며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18조를 위반했으므로 관련 증거물 및 이에 기초한 2차적 증거는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마약 혐의 인정했다는 이유로 징역 4년?

법원은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양형기준상 권고형은 4년에서 10년 6개월이었는데, 4년을 선택한 것이다.


법원은 "피해자의 연령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가능성도 크다"고 하면서도, "마약 혐의는 인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형량을 낮췄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약 혐의는 영장 집행 절차상 하자로 무죄 판결됐다.


가출 청소년의 절박함을 이용해 성폭행한 파렴치한 범죄. 그것도 동종 전과자가 집행유예 중에 저지른 범행이지만, 법원은 양형기준의 최하한을 선택했다.


[참고] 춘천지방법원 2024고합99,115(병합) 판결문 (2024. 11. 28.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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