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떼먹은 전세금, '개인회생'으로 빚의 굴레 끊어낼 수 있나
집주인이 떼먹은 전세금, '개인회생'으로 빚의 굴레 끊어낼 수 있나
묶인 보증금, 불어나는 대출… 법원이 제시한 '조건부 회생'과 '2년 단축'의 길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대출 연체와 빚 독촉에 시달리는 세입자에게 '개인회생'이 현실적인 탈출구가 될 수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전세금 떼이고 빚더미… 막다른 길에 선 세입자의 마지막 탈출구
"내 돈은 집주인에게 묶였는데, 은행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전세금을 떼이고 대출 연체의 늪에 빠진 세입자 A씨의 절규다.
보증금 반환 소송은 기약 없고,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채무와 추락하는 신용등급 앞에서 A씨는 법의 문을 두드렸다. 법률 전문가들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지만, '개인회생'이 현실적인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내 돈은 묶이고, 빚은 눈덩이"
계약 만료일, A씨의 손에 돌아와야 할 전세금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더 기가 막힌 건, 돈을 주지 않는 집주인이 바로 옆집에 사는 공인중개사라는 사실이었다.
A씨는 곧바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내용증명을 보내고, 이사를 가더라도 보증금 받을 권리를 지키는 임차권등기까지 마쳤다. 하지만 시간은 A씨 편이 아니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전세자금대출 상환일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보증금이 묶여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연체가 시작됐고, 신용등급은 속절없이 추락했다. A씨는 결국 변호사를 선임해 보증금 반환 소송에 들어가는 동시에,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됐다.
"개인회생 vs 신용회복, 내게 맞는 구제책은?"
A씨 앞에 놓인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용회복(워크아웃)'과 법원의 '개인회생'이다. 두 제도는 비슷해 보이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신용회복'은 주로 이자를 감면하고 원금을 8~10년에 걸쳐 길게 나눠 갚는 방식이다.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지만, 원금 자체를 줄여주지는 않는다.
반면 '개인회생'은 법원이 채무자의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뺀 나머지 돈(가용소득)을 3년간 꾸준히 갚으면, 남은 원금과 이자를 '전액' 탕감해주는 강력한 제도다.
조수진 변호사는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즉시 모든 빚 독촉이 중단된다"며 "A씨처럼 갚아야 할 대출 원금이 클 경우, 신용회복보다 개인회생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아직 못 받은 보증금, 회생의 걸림돌 될까?"
하지만 A씨의 발목을 잡는 건 역설적으로 '돌려받을 돈', 즉 전세보증금이다. 법원은 개인회생 신청자의 재산을 평가해 갚아야 할 돈을 정하는데(청산가치 보장의 원칙), 아직 받지 못했어도 법적으로는 A씨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이 보증금 때문에 월 변제금이 크게 오를 수 있는 상황.
이때 법원이 내놓는 묘수가 바로 '조건부 인가결정'이다. 민의홍 변호사는 "회생 절차 중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경우, 그 돈으로 채권자들에게 추가 변제하라는 조건을 달아 일단 회생 절차를 시작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이 끝날 때까지 마냥 기다리지 않고도, 당장 불어나는 빚의 고리를 끊을 기회를 주는 셈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마지막 희망"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만약 A씨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는다면 상황은 극적으로 바뀐다.
민의홍 변호사는 "서울, 수원, 부산회생법원은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되면 변제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해주는 실무준칙을 시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36개월이던 지옥 같던 변제 기간이 24개월로 줄어드는 파격적인 혜택이다. 나아가 회생 절차에서 보증금을 재산 가치에서 제외해 월 변제금을 낮추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보증금 반환 소송과 별개로 형사 고소를 병행하고, 국토부에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을 신청하는 적극적인 대응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