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출석하라니…" 전 남친 고소했다 '무고죄' 피의자 된 여성의 절규
"하루 만에 출석하라니…" 전 남친 고소했다 '무고죄' 피의자 된 여성의 절규
주거침입 고소 후 진술 불참했다 역고소…전문가들 "허위 고의성 입증이 관건, 초기 대응이 운명 가른다"

A씨가 전 남친을 주거침입으로 고소했다가 하루 아침에 무고죄 피의자가 됐다./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전 남자친구를 주거침입으로 고소했는데, 하루아침에 제가 무고죄 피의자가 됐습니다. 경찰 출석요구서가 바로 다음 날 오라고 하네요.
한때 사랑했던 연인을 경찰에 고소했던 A씨. 하지만 이제 그녀는 피해자가 아닌 '무고죄' 피의자(범죄 혐의를 받아 수사 대상이 된 사람)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심지어 경찰 출석요구서는 조사일 바로 전날 우편함에 꽂혀 있었다. A씨는 "당장 내일 경찰서에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절박함을 토로했다.
사건의 시작은 전 남자친구 B씨와의 갈등이었다. A씨는 B씨의 행동을 '주거침입'이라 판단해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그러나 A씨는 고소인 진술 조사에 출석하지 않았고, 사건은 그대로 종결되는 듯했다.
평온도 잠시, 이번엔 B씨가 A씨를 '무고죄'로 고소하면서 상황은 180도 뒤바뀌었다. 피해를 호소하던 A씨가 거꾸로 가해자로 몰리게 된 것이다.
고소장 냈는데…왜 내가 '피의자'가 됐나?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지점이다. 고소했던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되면 고소인이 무고죄로 처벌받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무고죄는 단순히 상대방이 처벌받지 않았다는 결과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형법 제156조가 규정하는 무고죄의 핵심은 '허위사실'과 '목적'이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형법상 무고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임을 알면서도 경찰에 고소했어야 한다"며 "신고 당시의 내심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A씨가 고소할 당시에 B씨의 행동이 주거침입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알면서도 오직 그를 처벌받게 할 생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는 의미다.
'진심'과 '거짓' 사이…무고죄의 칼날은 어디를 향하나
수사기관이 무고죄를 들여다볼 때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고의성'이다. A씨가 B씨의 행동을 주거침입이라고 '믿을 만한' 객관적인 정황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된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당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는지, 허위 인식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짚었다.
따라서 A씨가 단순히 고소인 조사에 나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무고 혐의를 단정하기 어렵다.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는 "고소 후 조사 불응으로 사건이 종결된 것이지, 허위신고임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라며 "'허위사실을 꾸며낼 이유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A씨의 방어는 '거짓말할 의도가 없었고, 당시엔 정말 억울하고 두려웠다'는 진심을 수사관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인 셈이다.
조사 하루 전 날아온 출석요구서…'골든타임'에 할 일은?
A씨처럼 조사 일정이 촉박하게 통보된 경우, 당황해서 무작정 출석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잠시 멈춰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조사 일정 연기 요청이다.
법무법인 쉴드 남천우 변호사는 "변호사 선임을 통해 조사 일정을 미룰 수 있다"며 "급박하게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당황스럽고 불안할지 충분히 이해된다"고 말했다. 변호사를 선임해 정식으로 연기 요청을 하면, 방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수사기관도 대부분 이를 받아들인다.
시간을 번 다음에는 상대방의 '공격'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한 뒤 고소장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상대방의 고소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체계적인 방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가 어떤 부분을 허위라고 주장하는지 알아야 효과적인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억 안 나요"는 최악의 답변…조사에서 살아남는 법
경찰 조사는 A씨의 운명을 가를 첫 관문이다. 이 자리에서 진술이 엇갈리거나 수사관의 유도 질문에 말려들면 혐의가 인정될 위험이 커진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혼자 조사에 임하면 수사관의 유도심문에 말려 혐의가 인정될 수 있으므로 수사 초기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구체성'이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조사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감정적인 표현을 삼가고, 사실관계에 집중하며 일관되게 답변하는 것이 진술의 신빙성을 높인다"고 조언했다.
왜 주거침입이라고 생각했는지, 당시 어떤 위협을 느꼈는지, 왜 고소인 조사에는 나가지 못했는지 등을 솔직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기억이 잘 안 난다'거나 감정적으로만 호소하는 태도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피해를 호소하며 경찰서를 찾았던 한 여성이, 이제는 자신의 '진심'을 증명해야 하는 피의자석에 서게 됐다. 무고죄는 유죄 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한순간의 잘못된 대응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에, 법의 심판대 앞에 선 A씨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