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시켜 시아버지에게 돈 받아왔는데, 이혼하고나니 "빌려 간 돈 갚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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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시켜 시아버지에게 돈 받아왔는데, 이혼하고나니 "빌려 간 돈 갚아라"

2021. 02. 03 12:2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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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강요에 못 이겨 받아온 5000만원⋯남편 빚 청산과 생활비 등에 썼는데

이혼하고 나니 "며느리에게 빌려준 돈"이었다고 주장한다면?

남편의 실직 후 외벌이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A씨.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졌지만, 남편은 일을 찾는 대신 '쉬운 길'을 택했다. 바로 아버지에게 손을 벌리는 것이었다. /셔터스톡

남편은 실직 후 술에 빠져 살았다. 대신 A씨는 외벌이로 아이를 키웠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졌지만, 남편은 일을 찾는 대신 '쉬운 길'을 택했다. A씨를 시켜 자신의 아버지에게 돈을 받아오도록 한 것이다.


망설이던 끝에 A씨는 시아버지에게 찾아갔다. 집안 사정을 알고 있던 시아버지는 5000만원을 A씨에게 입금해줬다. 돈은 남편의 사업자금과 빚 갚는 데 쓰였다. 부족한 생활비에 보태기도 했다. A씨는 감사함을 잊지 않고 여유가 될 때마다 시아버지에게 돈을 보냈다. 그렇게 돌려준 돈만 2000만원 정도.


그렇게 수년간 노력했지만 남편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이혼을 결심했다. 그러자 남편은 소송 도중에 "내 아버지에게서 빌려 간 돈을 갚으라"며 A씨에게 채무변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가정법원은 남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이혼은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A씨에게는 또 다른 소장이 날아왔다. 이번엔 시아버지가 보낸 것이었다. "며느리라서 차용증 없이 빌려준 돈"이라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남편의 빚 청산과 생활비에 쓴 돈인데, A씨가 받아왔으니 대신 갚아야 할까? A씨가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2000만원 갚은 것 이유로 채무관계 인정될 여지 있다

변호사들은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편과 이혼 위자료를 정할 때는 채무관계가 인정되지 않았지만, 당사자인 시아버지가 건 소송은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A씨가 시아버지에게서 받은 5000만원 가운데 2000만원 가량을 갚았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는 "현재 A씨는 시아버지에게서 5000만원을 증여받은 것이라고 입증해야 한다"며 "그런데 도중에 2000만원을 변제한 사실이 A씨에게 유리한 부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도 "채무가 아니었다면 변제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 주장을 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시아버지에 대한 채무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률사무소 의담의 박상우 변호사는 "A씨와 시아버지 사이에 차용증이 존재하지 않은 건 A씨에게 유리한 점이다"라고 말했다.


남편 채무변제, 생활비 등에 쓰인 것 입증하면 '증여'로 판단할 수도

변호사들은 A씨가 채무 면제를 주장할 수 있는 요소도 존재한다고 짚었다. 개인적으로 쓴 게 아니라 남편의 사업자금 등에도 썼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다산의 김춘희 변호사는 "만일 시아버지의 증여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전 남편의 사업자금과 빚을 갚는 데 돈을 썼으니 이를 갚아야 할 사람은 A씨가 아니라 남편이라고 주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다감의 오현종 변호사도 "시아버지가 생활비 지원 명목으로 보내준 돈이고 그마저 대부분 남편의 사업자금과 생활비로 사용한 상황"이라며 "A씨가 이러한 사실을 입증한다면 대여금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저스트의 도형욱 변호사 역시 "앞선 이혼소송에서 (남편과의) 채무 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던 점, 돈이 생활비와 남편의 채무변제에 사용된 점 등을 입증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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