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충돌로 척추 골절…'쌍방과실' 주장 가해자에 '형사고소' 카드 꺼내나
스키장 충돌로 척추 골절…'쌍방과실' 주장 가해자에 '형사고소' 카드 꺼내나
흉추 골절 12주 진단 아내…가해자는 '나도 피해자' 뻔뻔한 주장, 법적 대응 어떻게?

연말 스키장에서 후미 보더와 충돌해 A씨의 아내가 척추 골절 중상을 입었으나, 가해자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연말 스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던 아내가 후미에서 돌진한 다른 보더와 부딪혀 흉추 12번이 골절되어 전치 12주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가해자는 '같은 라인에서 탄 쌍방 과실'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
CCTV 영상조차 없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의 100% 과실을 입증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한 법적 대응 방안에 법조계의 조언이 쏟아지고 있다.
"뒤에서 박아놓고 쌍방과실?"…척추 부러진 아내, 남편의 분노
지난해 12월 31일, 한 스키장 중상급 슬로프가 순식간에 악몽의 현장으로 변했다. 스노보드를 타고 내려오던 A씨의 아내가 뒤에서 달려오던 다른 스노보더와 강하게 충돌하며 쓰러진 것이다.
이 사고로 A씨의 아내는 흉추 12번 골절이라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분노를 일으킨 것은 사고 자체만이 아니었다.
가해자는 보험을 접수하면서도 "후미가 아니라 같은 선상이었다. 쌍방 과실이다"라며 자신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A씨는 "가해자가 자신의 후미충돌 과실을 100% 인정하지 않아 괘씸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CCTV 없는 스키장, '목격자'와 '말 바꾼 녹취'가 승패 가른다
사고를 입증할 가장 확실한 증거인 CCTV는 스키장 측이 "실시간 녹화만 할 뿐 저장본이 없다"고 밝혀 확보에 실패했다. 그야말로 막막한 상황.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라온의 이창엽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스키장에서는 후미에서 내려와 앞사람과 충돌을 한 경우, 뒷사람의 과실이 큰 경우가 많다"며 "CCTV가 없는 경우에는 목격자의 진술이 핵심적인 입증자료가 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A씨는 사고 당시 상황을 지켜본 목격자의 연락처를 확보했으며, 가해자의 일관되지 않은 진술이 담긴 녹취 파일도 일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목격자 진술과 가해자의 일관되지 않은 진술 녹취는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증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형사고소부터 하라" 변호사들 조언 쏟아진 이유…'이 죄'가 핵심
가해자가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변호사 다수는 '선(先) 형사고소'를 해결의 실마리로 제시했다.
법무법인 시그니처 김정학 변호사는 "가해자를 과실치상으로 고소하여 수사기관에서 과실의 정도, 피해자 상해의 정도에 대해 수사받게끔 하고, 수사과정에서 형사조정이나 개인간 합의를 하시는 것이 보다 적절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 이유는 과실치상죄가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캡틴법률사무소 박상호 변호사는 "과실치상죄는 피해자와 합의하게 되면 사건이 그대로 종결되는 반의사불벌죄"라며 "따라서, 가해자도 전과를 남기지 않기 위해 피해자와 합의할 필요성이 다분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즉, 형사 고소라는 압박 카드를 통해 가해자를 합의 테이블로 끌어내고, 더 유리한 조건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략이다.
보험금 외 '형사 합의금' 따로 있다?…'1000만원+' 받아낼 현실적 방법
이번 사건의 핵심은 가해자의 일상배상책임보험으로 처리되는 치료비, 위자료 등 '민사상 손해배상'과 별개로 '형사 합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형사 합의금은 가해자가 형사 처벌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위로금 성격의 돈이다.
법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흉추 12번 골절과 같은 중상의 경우, 형사 합의금은 통상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 수준에서 논의될 수 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상대방의 태도 여하 및 과실 문제인 점을 고려할 때, 합의 시 변호사 조력을 통해 최대한의 합의금 증액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목격자 진술 등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해 가해자를 압박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보험사와는 별도로 개인 간 형사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 피해 보상을 극대화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