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몰카 피해, 업주에겐 '꽃뱀' 취급… 법의 심판은 가능할까
유흥업소 몰카 피해, 업주에겐 '꽃뱀' 취급… 법의 심판은 가능할까
불법촬영 항의하자 돌아온 협박 전화… 피해자 심리 따라 재구성한 법률 전문가 Q&A

유흥업소에서 불법 촬영 피해를 당한 여성이 업주에게 '꽃뱀'으로 몰리는 2차 가해를 당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내 얼굴이 찍혔는데, 왜 내가 '꽃뱀'이죠?
"제 얼굴이 찍혔어요."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A씨의 절박한 외침은 업주에 의해 '꽃뱀'이라는 낙인으로 되돌아왔다. 손님에게 얼굴을 불법 촬영당한 것도 모자라, 이후 정체불명의 협박 전화와 메시지에 시달려야 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기막힌 상황.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피해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재구성하고 법적 해결책을 모색했다.
사건의 발단은 끔찍했다. A씨는 손님으로 온 남성이 자신을 몰래 촬영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남성의 휴대전화 갤러리에는 다른 여성들의 사진까지 가득했다. A씨는 "그날 너무 취해 제대로 항의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며칠 뒤 정신을 차리고 업소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업소는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사실상 사건을 방치했다. 그때부터 A씨의 휴대전화는 지옥으로 변했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와 텔레그램 메시지가 쏟아졌다. A씨는 "100퍼센트 그쪽 사람들이 괴롭히는 것"이라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시간이 너무 흘렀는데, 신고할 수 있을까요?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시간'이었다. 사건 발생 후 며칠이 지나 신고하기를 망설였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쉴드의 이진훈 변호사는 "성폭력범죄는 신고 기간에 제한이 없다"며 "피해자가 즉시 신고하지 못하는 여러 사정을 법도 고려하고 있기에 전혀 늦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올인 법률사무소 허동진 변호사 역시 "시간이 지났다고 신고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지금이라도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A씨가 받은 의문의 전화 기록,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절대 삭제하지 말고 증거로 보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 촬영과 괴롭힘, 어떤 죄에 해당하나요?
그렇다면 A씨가 겪은 피해는 법적으로 어떤 범죄가 될까.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는 "상대방 동의 없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 해당한다"며 "N번방 사건 이후 초범이라도 실형이 선고될 만큼 중범죄"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후 이어진 괴롭힘은 별도의 범죄를 구성한다. 법률사무소 명중의 윤형진 변호사는 "의사에 반해 개인정보(사진)를 이용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반복하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결국 A씨는 불법 촬영과 스토킹이라는 '연쇄 범죄'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나를 '꽃뱀' 취급한 업주, 책임 없나요?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꽃뱀'으로 매도한 업소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경찰 수사팀장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업소 측의 비협조적 태도나 '꽃뱀 취급'은 명백한 2차 가해"라며 "이러한 정황을 수사 과정에서 진술하면 가해자 양형은 물론, 업주에 대한 조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업주가 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은폐하려 했다면 방조죄(범죄를 도움) 혐의로 함께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해자가 누군지 모르는데, 고소는 어떻게 하죠?
가해자의 신원을 모르는 막막한 상황이라도 법적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피해 사실을 특정해 고소장이 접수되면 경찰은 즉시 통신 기록 조회, CCTV 분석 등을 통해 가해자를 특정할 것"이라며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전화의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을 통해 삭제된 사진까지 복구해 추가 촬영 및 유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속한 고소가 추가 유포를 막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A씨가 용기를 내어 법의 문을 두드린 지금, 수사기관의 엄정한 판단이 그에게 최소한의 위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