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화장실에 고양이가 죽었어요”…반려동물 비극, 법적 대응 가능할까
“자동 화장실에 고양이가 죽었어요”…반려동물 비극, 법적 대응 가능할까
제품 결함으로 반려동물 잃은 보호자, 공론화부터 손해배상 소송까지…변호사들이 말하는 법적 대응의 모든 것

반려동물이 자동화 기기 사고로 사망 시, 법적 대응은 감정적 호소보다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자동화 기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슬픔에 잠긴 보호자는 제품의 책임을 묻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법률 전문가들은 '감정적 호소'가 아닌 '치밀한 증거'가 승패를 가른다고 조언한다.
며칠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통한 사연이 올라왔다. 반려동물을 위해 들인 자동화 기기를 사용하던 고양이가 사고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것이다. 보호자는 “연휴 기간이라 업체와 연락도 어려웠고, 경황이 없어 사진도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며 슬픔과 함께 법적 대응에 대한 막막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기술이 만든 비극 앞에서, 소중한 가족을 잃은 보호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그 길을 따라가 봤다.
“내 고양이가 죽었다” 한마디에 ‘명예훼손’ 철퇴 맞을 수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알려야 한다’는 공명심이다. 하지만 섣부른 공론화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려다 되레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법률사무소 가온길의 백지은 변호사는 “인터넷에 공론화를 했다가 역으로 고소를 당하실 가능성이 있으니, 이는 법률적인 검토를 마친 후 진행하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안전한 공론화의 선은 어디까지일까.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는 “정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하고, 공익적 목적으로 공론화한 경우에는 처벌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적절한 방법이나 문구를 법률전문가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구체적인 화법을 제시했다. “‘이 제품 때문에 내 고양이가 죽었다’와 같은 단정적 표현은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며 “‘이 제품을 사용 중 사고가 발생했다’처럼 객관적 사실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감정적 비난 대신 제품명, 사고 경위 등 확인된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잠자는 법을 깨워라…‘제조물책임법’이라는 무기
업체의 책임을 묻는 가장 강력한 법적 근거는 ‘제조물책임법(PL법)’이다. 이 법은 제품의 설계, 제조, 또는 경고 표시상의 결함으로 소비자가 생명, 신체, 재산에 손해를 입었을 경우 제조업자가 배상하도록 규정한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자동화장실의 설계상 결함으로 반려동물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제조사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업체가 제품의 결함을 인지하고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는 점은 제품의 위험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 제품의 복잡한 기술적 결함을 직접 증명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하지만 법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지 않다. 우리 법원은 소비자가 ‘정상적으로 제품을 사용하던 중 사고가 났고,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관리 영역에서 발생했으며, 결함 없이는 통상 일어나지 않는 사고’라는 점을 증명하면, 제품에 결함이 있다고 추정한다.
이제 공은 제조업자에게 넘어간다. 제조업자가 ‘제품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사고가 났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사고 기기, 절대 버리지 마세요”…증거가 곧 칼이다
법적 다툼의 성패는 결국 증거에 달렸다.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외쳤다. 김경태 변호사는 “제품 자체와 사고 현장 사진, 기계 내부 손상 상태 등 모든 증거를 보존해달라”고 당부했다.
사고 당시 경황이 없어 사진을 못 찍었더라도 포기하긴 이르다. 사고 이후 기기에 남은 흔적, 반려동물의 사체를 증명할 동물병원 진단서나 사망진단서, 심지어 업체의 ‘안전성’을 강조한 광고 문구까지 모두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특히 사고가 난 제품은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물증이다. 윤관열 변호사는 “제품을 반환하기 전에 충분히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계를 보관하고 추가적인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한 뒤, 전문 기관이나 법률 전문가에게 검토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섣불리 제품을 폐기하거나 업체에 돌려주는 순간, 가장 중요한 무기를 스스로 버리는 셈이 될 수 있다.
‘물건’ 이상의 존재, 마음의 상처도 보상받을 수 있을까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하지만 법은 최소한의 금전적 배상을 통해 피해를 회복하려 노력한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되지만, 법원은 점차 그 특수성을 인정하는 추세다. 단순히 반려동물의 구매 비용뿐만 아니라, 사고 직후 지출한 치료비, 장례비 등 재산상 손해를 청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가족을 잃은 것과 같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 대법원은 반려동물을 ‘인간과 정신적 유대를 나누는 가족의 일원’으로 보아, 그 죽음으로 인한 보호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