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버리겠다' 협박에 차단도 못해…'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힌 스토킹 피해자
'죽여버리겠다' 협박에 차단도 못해…'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힌 스토킹 피해자
법률 전문가들 '명시적 거부 없어도 범죄, 즉시 고소하고 잠정조치 4호까지 신청해야'

지속적인 협박 전화와 문자는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아도 명백한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에 밤낮으로 시달리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가해자를 차단조차 못 한 피해자의 호소에 법률 전문가들이 '명백한 범죄'라며 즉각적인 법적 대응을 촉구했다.
A씨의 휴대전화는 '보이지 않는 감옥'이었다. "자살하겠다", "죽여버리겠다", "네 신상 인터넷에 다 뿌려버릴 거야." 섬뜩한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전화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A씨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상대방을 자극할까 봐 "그만 연락하라"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잠시 가해자를 차단했지만, "차단하면 신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에 다시 풀어야만 했다. 결국 법률 전문가들에게 "이것도 스토킹으로 고소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거부 의사 없어도 스토킹?…법원 '사회 통념'으로 판단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질문에 한목소리로 "명백한 스토킹 범죄"라고 답했다.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더라도, 협박과 욕설이 담긴 연락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임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 1호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반복할 때 성립한다고 규정한다.
법무법인 신진의 문종원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를 요건으로 하지만, 사회통념상 피해자가 원치 않는 행위임이 분명하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수훈의 이진규 변호사 역시 "연락 내용상 당연히 피해자가 연락을 원치 않았을 것임이 명백하고, 차단이라는 방법으로 이미 의사를 표했다"며 가해자의 협박으로 차단을 푼 것은 범죄 성립과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신상 유포' 협박, '잠정조치 4종 세트'로 막는다
피해자를 가장 큰 공포에 떨게 한 '신상 유포' 협박 역시 법적 조치로 막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형사 고소와 함께 법원에 '잠정조치'를 신청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잠정조치는 스토킹 범죄의 원활한 조사나 피해자 보호를 위해 법원이 내리는 결정으로, 종류는 4가지다.
구체적으로 ▲서면 경고(1호) ▲피해자 주거 등 100m 이내 접근금지(2호) ▲전화, 문자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3호)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4호)가 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신속히 고소하고 접근금지명령 신청을 진행해야 혹시 모를 신상 유포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 횟수당 과태료가 부과돼 실효성이 매우 높다"며 "가처분만으로도 가해자가 연락을 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망설임은 독…증거 확보 후 '즉시 신고'가 최선
결국 전문가들의 조언은 하나로 모인다. 망설이지 말고 즉시 행동하라는 것이다. 두려움 때문에 침묵하는 것은 오히려 가해자의 범죄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법률사무소 가호의 이진채 변호사는 "이런 경우 강하고 빠르게 고소해야 잠잠해진다"고 단언했고, 법률사무소 길의 길기범 변호사도 "가만히 있으면 욕설과 협박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직 경찰 수사팀장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모든 협박 문자와 통화 기록을 보관하고, 통화 내용 녹음을 시작하는 등 증거 수집이 중요하다"며 112 신고를 통한 긴급응급조치 신청 등 즉각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스토킹은 더 이상 혼자 감내해야 할 고통이 아닌, 법의 보호를 받아 끊어내야 할 명백한 범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