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명예훼손 피해자…경찰조사 때 '메모' 봐도 되나요?
내 아이가 명예훼손 피해자…경찰조사 때 '메모' 봐도 되나요?
전문가들 "메모 참고는 정당한 권리, 단 부모 개입은 '독' 될 수도"

미성년 명예훼손 피해자는 경찰 조사 시 메모 참고는 가능하나 그대로 읽는 것은 안 된다. / AI 생성 이미지
"중학생 자녀가 명예훼손 피해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이가 너무 떨려서 말을 제대로 못 할까 봐 미리 적어둔 메모를 보면서 진술하게 해도 될까요?"
변호사들은 '메모 참고는 미성년 고소인의 정당한 권리'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부모가 대신 진술하거나 답변을 유도하면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을 오염시켜 증거 가치가 떨어진다'고 경고한다. 내 아이를 지키려다 오히려 사건을 망칠 수도 있는 경찰 조사,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메모 보고 진술해도 될까?'…피해자 부모의 애타는 질문
자녀가 명예훼손 사건의 피해자가 된 한 부모의 고민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중학생인 아이가 경찰에 고소인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어린 나이에 피해 사실을 또박또박 진술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태산이다.
부모는 아이가 미리 정리한 피해 사실 메모를 보면서 진술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또 보호자로서 어디까지 진술을 도울 수 있는지 법률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전문가들 "메모는 OK, 그러나 '읽기'는 안 돼"
다수의 변호사들은 미성년자가 경찰 조사에서 미리 준비한 메모를 참고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라고 입을 모았다. 김경태 변호사는 "미성년자의 경우 진술 시 메모나 준비된 자료를 참고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이는 진술의 정확성을 높이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절차상 하자가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박영재 변호사 역시 "수사기관은 미성년자 보호와 정확한 진술을 확보하는 데 신경 쓸 것이므로, 메모를 참고하는 것은 하자가 없으나, 반드시 고소인이 자발적으로 진술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라고 중요한 전제를 짚었다.
다만, 메모는 어디까지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참고 자료'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허유영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고소인 조사가 기억에 의한 진술을 하는 것이기에 써온 것을 그대로 읽는 건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있겠으나, 중간 참고하는 것은 허용이 될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즉, 메모를 '낭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직접 진술하는 것이 핵심이다.
'신뢰관계자 동석'의 두 얼굴…'안정감'이냐 '진술 오염'이냐
미성년자 조사 시 보호자가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하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5). 아이의 심리적 안정을 돕기 위한 필수 장치로 여겨진다. 한 변호사는 "고소인이 미성년자인 경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의 정확성과 보호를 위해 보호자의 동석이 가능합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동석'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랐다. 백지은 변호사는 "신뢰관계인의 진술은 법정에서도 제3자의 진술로 취급되고, 피해자의 직접 진술보다 증명력(증거가치)이 낮게 평가되기 때문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전영경 변호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성년자가 진술을 하는 과정에서 그 보호자가 진술에 개입하는 경우, 미성년자의 진술이 '오염'되었다고 보아 그 진술의 신빙성이 낮게 평가될 위험이 있습니다"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조기현 변호사는 "미성년자 사건에서 부모님이 동석할 수는 있지만 부모님이 동석할 경우 고소인이든 피의자든 오히려 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라며 부모 동석의 잠재적 위험성을 강조했다.
최선의 조력자는 '변호인'…'일관된 진술'이 핵심
그렇다면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변호사 선임'을 가장 현실적이고 안전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부모는 감정적으로 개입해 진술을 '오염'시킬 위험이 있지만, 변호사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아이의 권리를 지키며 진술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클리어 법률사무소의 김동훈 변호사는 진술 코칭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경찰조사 시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을 높일 수 있도록 사전에 변호사로부터 진술 코칭을 받으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변호사가 고소인 변호사로서 함께 동석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라며 전문가의 동석을 추천했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미리 사실관계를 정리하여 범죄일람표를 고소장에 첨부하여 제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만큼, 아직 그러한 과정이 없었다면 조사를 받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필요한 객관적 사실을 정리하여 사전제출하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최선의 방법과 차선책을 구분하여 설명했다.
결국 사건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피해자 본인의 '일관되고 신빙성 있는' 직접 진술이며,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조력자는 법률 전문가라는 것이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