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웠잖아" 친구에게 말했더니 '명예훼손' 고소 통보
"바람피웠잖아" 친구에게 말했더니 '명예훼손' 고소 통보
헤어진 연인 험담, 1대1 대화도 처벌?…'전파가능성'이 관건

연인의 외도로 헤어진 후 친구 3명에게 사실을 말한 A씨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 통보를 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난 연인이 바람을 피워 헤어진 사실을 친구 3명에게 털어놨다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20대의 사연이 전해졌다.
억울한 마음에 사과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마저 '혐의 인정'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변호사들의 경고가 나왔다.
1대1 대화라도 내용이 퍼져 나갈 가능성이 있다면 처벌될 수 있다는 '전파 가능성' 법리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내 얘기 이상하게 돌까 봐"…친구에게 한 하소연, 범죄 되나?
대학교 동아리에서 연인 관계였던 A씨는 상대방의 수많은 바람으로 최근 이별을 맞았다. 상대방이 불특정 이성을 원나잇 목적으로 만나고, 바람 상대와 나눈 대화 내용까지 확인한 A씨는 참담한 심정이었다.
A씨는 같은 동아리 친구 3명에게 각기 1대1로 헤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한 명과는 직접 만났고, 두 명과는 카카오톡과 전화로 대화했다.
특히 두 명에게는 전 연인의 외도 증거인 SNS 대화 내용을 보내며 "내 얘기가 안 좋게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알아두고 잘못 이야기 나오면 정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억울한 소문이 나도는 것을 막기 위한 자기방어적 조치였다.
하지만 지난 5일, 전 연인 B씨로부터 카카오톡을 통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증명이 날아들었다. 자신의 사회적 관계를 망쳤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황한 A씨는 B씨에게 "미안하다, 누구한테는 이야기했었다. 네 귀에 니 얘기 들리게 한 건 잘못했다"고 사과했지만, B씨는 "사과받고 싶지 않고, 고소하러 가겠다"며 대화를 마쳤다.
1대1 대화는 괜찮다? '전파가능성'이라는 함정
A씨의 사례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변호사들의 의견은 엇갈렸지만, 핵심 쟁점은 '공연성'이었다.
명예훼손은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1대1 대화는 원칙적으로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법무법인 게이트 김범석 변호사는 "1:1 대화는 원칙적으로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지만, 들은 사람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동아리 친구에게 전 연인의 사생활을 알린 만큼, 동아리 내에 소문이 퍼질 가능성을 법원이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A씨의 목적이 악의적 비방이 아닌 '자기방어'에 있었다는 점은 유리한 정황이다.
경찰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전달 목적이 잘못된 소문을 정정해달라는 것이었고 그 내용이 카카오톡에 명확히 남아 있다는 점은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개인 간 연애관계의 배신 사실을 알리는 것은 공익과 무관하므로 공익성 항변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면서도 "질문자님이 동아리 친구들에게 자신에 대한 잘못된 소문이 퍼질 것을 우려하여 사실관계를 설명한 것이라면 정당방위나 자기방어 차원에서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고소하겠다"는 전 연인, 협박죄는 안 되나?
A씨는 B씨의 '고소하겠다'는 발언이 협박죄에 해당하는지도 궁금해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어렵다'고 답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인 '고소권'을 행사하겠다고 알리는 것 자체를 범죄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상대방의 고소 선언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고지이므로 원칙적으로 협박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하진규 변호사는 "고소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하거나 특정 행동을 강요하는 경우라면 협박죄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여, 단순 고소 예고와 부당한 요구가 결합될 때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섣부른 사과는 '독'…"추가 대응 멈춰야"
변호사들이 가장 우려한 대목은 A씨가 섣불리 보낸 사과 메시지였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하진규 변호사는 "'미안하다, 누구한테 이야기했다, 네 귀에 니 얘기 들리게 한 건 잘못했다'는 발언은 수사기관이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며 "추가적인 사과나 인정하는 발언은 더 이상 하지 않으시기 바란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 역시 "이미 사과 메시지까지 간 상태라 이후 대화 내용이 오히려 불리한 자료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며 추가적인 설명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A씨가 현재 단계에서 할 일은 상대방과의 접촉을 모두 끊고, 그간의 대화 기록 등 증거를 온전히 보존하며 실제 고소가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