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적도 없는 토렌트" 날벼락 고소장
"쓴 적도 없는 토렌트" 날벼락 고소장
넷플릭스 유료 구독자인데…IP 주소의 함정

IP 주소만으로 토렌트 불법 다운로드를 무차별 고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억울한 피의자가 되지 않으려면 다운로드 동기와 흔적이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어느 날 갑자기 경찰서에서 걸려 온 전화. "영화 불법 다운로드로 고소됐습니다."
넷플릭스 유료 구독까지 하는 A씨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IP 주소 하나만 믿고 무차별 고소하는 '토렌트 마녀사냥', 억울한 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한 법적 대응법을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짚어본다.
"나는 결백하다"…넷플릭스 보는데 날아온 고소장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A씨는 최근 경찰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영화 "갓 노우즈 에브리띵"을 토렌트를 이용해 불법 다운로드했다는 내용으로 고소당했다는 것이다.
A씨는 해당 영화의 존재 자체를 몰랐고, 불법 다운로드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전 넷플릭스도 구독이 되어 있어서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도 않았지만, 할 이유조차 없는 상황입니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제 컴퓨터를 뒤져서 확인해도 괜찮다"고 큰소리까지 쳤지만, 생전 처음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를 써야 한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IP만 보고 '싹쓸이 고소'…토렌트 저작권의 함정
A씨처럼 억울한 피의자가 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법무법인 도모의 고준용 변호사는 "토렌트 방식의 저작권 위반 고소는 IP 주소만을 근거로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A씨 처럼 실제 다운로드 사실이 없는 분들도 피의자로 특정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가 토렌트 네트워크에 접속된 IP 주소를 대량으로 수집한 뒤, 해당 IP 가입자에게 일괄적으로 법적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수사 초기 단계에서는 실제 행위자가 누구인지 면밀히 따지기보다 IP 명의자를 우선 조사 대상으로 삼게 된다.
즉, 내 집 와이파이(Wi-Fi)에 누군가 접속해 불법 다운로드를 했다면, 집주인인 내가 피의자로 지목될 수 있다는 의미다.
"IP는 당신이 아니다"…무혐의 입증할 3가지 열쇠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결백을 증명해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IP 주소가 곧 행위자는 아니다'라는 점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로고스 김현철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원은 'IP 주소가 일치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IP 할당 대상자가 실제 다운로드 행위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창원지방법원 판결(2022고정72) 등 다수 판례에서도 확인된다. 따라서 첫 번째 열쇠는 불법 다운로드를 할 '동기'가 없음을 보이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A씨께서 해당 영화를 시청할 수 있는 넷플릭스를 이미 구독 중이라는 사실은 불법 다운로드를 할 동기가 없음을 증명하는 간접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라며 구독 내역과 결제 증빙 자료를 지참할 것을 조언했다.
두 번째는 컴퓨터에 '흔적'이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토렌트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았고, 해당 영화 파일이 없다는 사실은 강력한 증거다.
마지막 열쇠는 '다른 사람'의 사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김현철 변호사는 "가족들 중에 사용하였을 가능성"을, 법률사무소 반석 최이선 변호사는 "무선 공유기의 비밀번호 설정 여부나 거주지에 출입했던 타인의 존재"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섣부른 컴퓨터 제출은 '독'…변호사 조력이 필수
억울한 마음에 "컴퓨터를 다 보여주겠다"고 섣불리 나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반석 최이선 변호사는 "기기 전체를 제출하는 것은 개인정보 유출 및 별건 수사의 위험이 있습니다"라며 "변호인과 상의하여 해당 영화와 관련된 흔적이 없다는 '특정 로그'나 '검색 기록' 등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선별적으로 입증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조사 과정에서 무심코 한 말이 불리한 자백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고준용 변호사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면 진술의 방향성을 정교하게 다듬어 혐의를 조기에 벗을 수 있습니다"라며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억울한 '토렌트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수사기관의 압박에 위축되지 말고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침착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