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사과까지 했는데, 제가 가해자라니요?" 피해자의 절규
"상대방이 사과까지 했는데, 제가 가해자라니요?" 피해자의 절규
강제추행 무혐의 1년 뒤 '무고' 역고소…법조계 "명백한 2차 가해"

강제추행 피해를 고소한 여성이 사건의 무혐의 종결 후 1년 만에 무고죄로 역고소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강제추행 피해를 고소했던 여성이 1년 만에 무고죄 피의자로 전락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가해자로부터 사과 메시지까지 받았지만, 수사기관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되려 역고소를 당한 것.
법조계는 무혐의 처분이 곧바로 무고죄를 의미하지 않으며, 1년이나 지나 이뤄진 고소는 피해자를 압박하려는 '보복성 2차 가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사과 카톡 증거도 있는데…"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1년 전 강제추행 피해를 겪은 A씨는 가해자와의 카카오톡 대화를 들고 경찰서를 찾았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가해자와 주고 받은 카톡을 증거로 제출했고, 그 내용 속엔 제가 사건에 대한 추행을 나열하며 고소를 할 거라는 말과 그에 대한 사과가 담겨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대방이 변호사를 선임해 특정 CCTV 영상을 제출한 뒤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A씨가 요청한 다른 CCTV는 확보되지 못했다.
그렇게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A씨에게 최근 경찰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가해자가 A씨를 무고죄로 고소했다는 것.
A씨는 "제가 가진 증거라곤 가해자에게 사과를 받은 카톡 캡처뿐인데, 피해를 입은 제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답답함을 떠나서 그때 기억을 또 되살려 진술해야 된다는 게 너무 수치스럽고 어지러워요"라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법조계 "'무혐의'가 '무고'의 증거는 아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강제추행 고소가 무혐의로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무고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무고죄의 핵심은 '허위 사실'임을 알면서도 신고했는지, 즉 '고의성'에 있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형법상 무고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담자분이 상대방을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임을 인식하면서도 경찰서에 허위로 형사고소를 하였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혐의가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무고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잘 대응하여 불송치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윤영석 변호사 역시 "성범죄에 대해 무혐의가 나왔다고 하여 무고죄가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고죄는 나름의 성립요건이 있고 비교적 보수적으로 인정되므로, 잘 방어하여 무혐의를 받아내는 것이 가능합니다"라고 덧붙였다.
1년 만의 역고소, 그 의도는? "보복성 심리 압박"
그렇다면 가해자는 왜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A씨를 고소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피해자에 대한 '보복'과 '심리적 압박'을 그 의도로 지목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1년이 지난 시점에서의 무고 고소는 가해자 측의 보복성 고소로 보입니다. 시간이 많이 경과한 후 제기된 무고 고소는 오히려 악의성을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무고 고소가 이루어진 것은 공소시효 내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려는 전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상대방의 의도적인 2차 가해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잊고 싶은 기억을 다시 수사기관에서 진술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가해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억울한 역고소, 어떻게 맞서야 하나
A씨처럼 억울하게 무고 피의자가 되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무엇보다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법리적으로 철저히 방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성범죄 무고는 자칫 실형까지 선고될 수 있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최근 무고범죄에 대한 엄벌주의 경향으로 무고가 인정되면 초범이더라도 중하게 처벌되며, 특히 성범죄 무고 사안은 실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경고했다.
이어 변호사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성 변호사는 "범죄의 고의와 관련한 부분을 주장·입증하여야 하는 것인데, 이 부분은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이상 쉬운 일이 아닙니다"라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이 필수적임을 역설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는 "당시 수사자료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증거확보 등을 하여야 할 것이고, 기타 관련된 자료들을 토대로 주장을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전문가와 함께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고의로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것이 아님을 법리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억울함을 풀 유일한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