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잡히면 인생 끝”…한때 청정 섬 제주, 어쩌다 ‘필로폰 소굴’ 됐나
“공항서 잡히면 인생 끝”…한때 청정 섬 제주, 어쩌다 ‘필로폰 소굴’ 됐나
올 상반기 마약사범 2배 폭증,
단순 투약 넘어 공급망 뿌리 뽑는 '6개월 전쟁' 돌입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청정 섬’ 제주의 명성이 마약 범죄의 그림자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올 상반기 검거된 마약사범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폭증하는 충격적인 현실 앞에, 경찰이 마약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평온했던 섬의 일상을 뒤흔든 ‘하얀 가루’의 공포, 그 실체를 파헤친다.
8할이 ‘악마의 약물’ 필로폰…일상 파고든 백색 공포
제주경찰청이 공개한 수치는 위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불과 넉 달간 붙잡힌 마약사범은 60명. 지난해 같은 기간(32명)의 두 배에 육박한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2021년 46명에 불과했던 연간 검거 인원은 2023년 151명까지 치솟으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더 심각한 것은 유통되는 마약의 종류다. 검거 사범의 79%, 즉 10명 중 8명은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사범이었다. 중추신경계를 파괴해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치명적인 약물이 제주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는 비극적인 신호다.
경찰, 칼 빼들었다…‘4대 마약 시장’ 뿌리 뽑는 6개월 전쟁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제주경찰청은 마약범죄수사대와 각 경찰서 형사팀을 총동원한 ‘마약범죄 대응 TF’를 가동, 오는 8월 18일부터 6개월간의 집중 단속에 돌입한다. 경찰의 칼끝은 마약이 유통되는 4대 핵심 통로를 정조준한다.
다크웹 등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시장, 병·의원을 통한 ▲의료용 마약 시장, 젊은 층이 주로 찾는 ▲클럽·유흥가 시장, 특정 국적 커뮤니티 중심의 ▲외국인 시장이 그 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 투약자 검거에 그치지 않고 공급책과 유통망을 발본색원할 것”이라며 “범죄로 얻은 수익은 한 푼도 남김없이 환수해 재범의 싹을 자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들여오면 무기징역”…법원의 서슬 퍼런 경고
마약 범죄를 향한 법원의 시선은 차갑고 단호하다. 현행법(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필로폰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을 국내로 들여오거나 파는 행위에 대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무거운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수입’의 의미를 매우 엄격하게 해석한다. “마약류를 우리나라 영토 내로 반입하는 순간 범죄는 완성된다”(대법원 98도2734 판결)는 것이 확고한 판례다. 즉, 제주공항이나 항만에서 적발되는 그 순간, 판매나 투약은커녕 소지한 것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중범죄자가 된다는 의미다.
이는 마약류의 확산을 원천 차단하려는 사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단속 강화와 남겨진 과제…'마약 청정 섬' 회복의 길
결국 제주는 마약 범죄의 급증이라는 현실과 마주했다. 필로폰이 전체 마약 범죄의 8할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경찰은 6개월간의 특별 단속을 통해 온라인, 유흥가 등 4대 유통망 차단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법원 역시 마약류 밀반입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강력한 단속과 엄중한 사법 처리라는 '투 트랙' 전략이 마약 확산세를 꺾고 '청정 섬'의 지위를 되찾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다만, 단속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만큼, 예방 교육과 중독자 치료·재활 시스템 구축이라는 장기적인 과제도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