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빼고 나가!' 배우자의 일방적 통보…'이 말' 안 하면 유책배우자 된다
'짐 빼고 나가!' 배우자의 일방적 통보…'이 말' 안 하면 유책배우자 된다
'이혼 원치 않는다'는 증거, 지금 당장 남기세요…전문가들의 일치된 경고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하며 집을 나가라고 압박해도, 가정을 지키고 싶다면 '이혼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생활비를 청구해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배우자의 완고한 이혼 요구에 등을 떠밀려 집을 나왔지만,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상대는 공과금 계좌까지 바꾸며 짐을 모두 빼라고 압박하는데, 섣불리 응했다가는 '혼인 파탄에 동의했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감정적 대응 대신, '이혼 의사가 없다'는 명확한 증거를 남기는 것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이혼은 안 돼"…기록으로 남겨야 할 첫 마디
배우자의 강요로 별거를 시작했지만, 이는 이혼에 대한 동의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의사를 명확한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꼽았다.
법무법인 세현 조현정 변호사는 "만약 상대방의 강한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와 있는 상황이라면, 대화를 하거나 문자, 카카오톡 등을 통하여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배우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잠시 따로 지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남겨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태림 김정현 변호사 역시 "질문자님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면, 별거는 받아들였지만 혼인관계는 유지하고 싶다는 의사를 문자나 카카오톡 등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는 향후 법적 다툼에서 상대방의 일방적 주장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최소한의 방패가 된다.
"네가 집 나갔잖아"…'유책배우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상대방의 일방적인 이혼 요구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현재 의뢰인님께서 가정을 파탄 낼 만한 잘못을 하신 것이 아니라면, 배우자의 일방적인 이혼 청구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라며 "정당한 이유 없이 별거를 요구하고 동거 의무를 저버린 쪽은 오히려 상대방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즉, 이혼을 원치 않는 배우자를 일방적으로 집에서 내보낸 쪽이 오히려 유책배우자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꾸준히 입증하는 것이 소송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생활비' 안 주면 불리?…'청구한 날'부터 계산되는 냉정한 현실
별거 중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생활비다. 별거 중이라도 부부 간 부양 의무(민법 제826조)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나중에 한꺼번에 받으면 되겠지'라고 착각한다.
법원의 판단은 냉정하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대법원은 과거 부양료에 대해 "부양의무자에게 부양의무의 이행을 청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행지체에 빠진 이후의 것에 대하여만 부양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7. 8. 25. 선고 2014스26 결정)고 판시했다.
쉽게 말해, '생활비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한 시점부터 돈을 받을 권리가 생긴다는 의미다.
"짐 당장 빼!"…성급한 정리가 '독'이 되는 이유
상대방이 "집에 있는 짐을 모두 치우라"고 요구하더라도, 성급하게 응해서는 안 된다. 이는 법적으로 '혼인 관계 정리'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는 "짐을 모두 가져가라는 요구 역시 곧바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라며 "'혼인관계를 정리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합의서 작성이나 자진퇴거 확인서 등에 서명하는 것은 주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시야 오희재 변호사 역시 "공과금 계좌 변경이나 짐 정리 요구만으로 곧바로 이혼이 성립되거나 질문자님에게 불리한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상대의 압박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나는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며 모든 대화 내용을 증거로 확보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