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 장부에 내 번호가? 경찰 전화에 '발칵'
마사지 장부에 내 번호가? 경찰 전화에 '발칵'
성매매 단속, 장부만으로 처벌? 변호사들의 답은 달랐다

성매매 업소 장부에 연락처가 있다는 경찰 연락 시, 장부 자체는 직접 증거가 아니므로 섣불리 혐의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 AI 생성 이미지
"업소 장부에 선생님의 연락처가 있습니다. 조사 한 번 받으셔야겠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걸려 온 경찰 전화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계좌이체 기록도 주고받은 문자도 없는데, 단지 장부에 이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매매범이 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이 입을 모아 경고하는 '업소 장부'의 진짜 법적 증거 능력과 경찰 조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골든 타임'의 중요성을 짚어본다.
"장부는 정황 자료일 뿐, 직접 증거 안 돼"
최근 한 남성은 경찰로부터 "스웨디시 마사지 업소 장부에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다"며 출석 조사를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다. 정식 출석요구서나 피의자 통지서를 받은 것도 아니었고, 본인이 참고인인지 피의자인지조차 듣지 못했다. 그는 해당 업소에 계좌이체한 내역이 전혀 없어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이처럼 수사기관이 성매매 업소를 단속하며 확보한 장부를 근거로 무더기 소환조사를 벌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부'의 법적 의미를 정확히 아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률사무소 명중의 임승빈 변호사는 "이 사건의 핵심은 '업소 장부에 연락처가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성매매 사실 자체를 입증할 수 있는지입니다. 장부 기재는 정황 자료일 뿐 그 자체로 성매매를 단정하는 직접 증거가 되기 어렵고, 통상 계좌이체·예약기록·업주나 종업원 진술 등 보강 자료가 더해져야 혐의가 성립하는 편입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실제로 법원은 장부를 '영업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형사소송법 제315조)로 보아 증거능력은 인정하지만(대법원 2007도3219 판결), 그것만으로 유죄를 단정하지는 않는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결제 내역 및 성매매 상대방의 진술 등이 있다면 혐의가 인정될 것입니다"라고 덧붙이며, 장부 외에 추가 증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참고인'이라는 말에 안심? "첫 진술이 운명 가른다"
그렇다면 경찰서에 출석해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첫 진술'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한다.
법률사무소 청원 최원석 변호사는 "현재 참고인 또는 피내사자 신분이라 하더라도, 조사 이후 곧바로 피의자로 입건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참고인'이라는 말에 안심하고 준비 없이 조사를 받다가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 역시 "단순히 장부에 연락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하게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조언했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해서 답하거나 유도신문에 휩쓸리는 것은 금물이다. 최원석 변호사는 "한 번 한 진술은 번복이 쉽지 않고, 진술 내용에 따라 입건과 송치 여부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라며 신중한 진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무혐의 vs 기소유예, 갈림길에 선 당신의 선택은
경찰 조사를 앞둔 이들의 목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혐의를 완전히 벗는 '무혐의' 처분과, 혐의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이다. 어떤 전략을 취할지는 경찰이 가진 증거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실제 방문 여부나 경찰이 확보한 증거의 수준에 따라 혐의를 부인하여 무혐의를 주장할지, 아니면 빠르게 상황을 인정하고 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등 선처를 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지 전략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라며 초기 전략 수립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만약 혐의를 부인하기 어려운 초범의 경우라면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다. 백창협 변호사는 "초범이라면 재발방지대책에 중점을 둔 양형에 최대한 집중하여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것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장부 하나만으로 섣불리 포기하거나 안일하게 대응해서는 안 되며, 첫 조사 전 법률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최적의 방어 전략을 세우는 것이 '골든타임'을 지키는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