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놀라는 게 재밌어서" 초등생 유괴 시도범들, 영장 기각된 황당한 이유
"아이들 놀라는 게 재밌어서" 초등생 유괴 시도범들, 영장 기각된 황당한 이유
경찰 "범죄 없다" 번복 소동
법원 "유괴 고의성 다툼 여지"

초등학교 주변 통학로 살피는 경찰관 모습. /연합뉴스
"아이들이 놀라는 모습이 재밌어서 장난삼아 한 일입니다."
벌건 대낮에 초등학생들을 유괴하려 한 20대 남성 3명이 경찰에 붙잡혀 내놓은 변명이다. 이들의 철없는 말 한마디에 학부모 들은 공포에 휩싸였지만, 법원은 "유괴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건 초기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던 경찰의 섣부른 판단과, 명백해 보이는 범죄 시도에도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원의 결정 사이에서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범죄 없다'던 경찰, 하루 만에 말 바꾼 이유는
사건의 시작은 학부모들의 단체 채팅방이었다. "초등학교 인근에서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남성들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한 초등학교는 가정통신문까지 배포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경찰은 언론 보도가 이어진 뒤 "CCTV를 확인했지만 유괴 등 범죄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신고된 차량(흰색 스타렉스)과 실제 범행 차량(회색 쏘렌토)이 달랐다는 이유였다.
안심했던 학부모들의 가슴은 하루 만에 다시 철렁 내려앉았다. 경찰 발표 당일 오후, "우리 아이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추가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강력팀을 투입해 재수사에 나섰고, 중학생 동창 사이인 20대 남성 3명이 초등학생 4명에게 접근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을 긴급 체포했다. 이들은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귀엽다,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고, 겁에 질린 아이들은 도망치거나 이들을 무시하고 지나쳐 화를 면했다.
법원, '유괴 고의성 다툼 여지'…구속영장 기각
경찰은 이들에게 형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약취(폭행·협박으로 데려가는 행위)와 유인을 시도했지만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 혐의가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유괴의 고의성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피의자들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장난이었다"는 피의자들의 주장을 완전히 배척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안수진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15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 "결국 피의자들의 고의성과 계획성을 입증하는 것이 수사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이들의 휴대전화 3대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이들 유괴를 계획하거나 지시받은 대화 내역 등 고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장난 주장 무너뜨릴 반복성…윗선 존재 가능성도 수사해야
피의자들의 "단순 장난"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단 한 번이 아니라 세 차례에 걸쳐 초등학생 4명에게 접근하는 등 범행의 반복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안 변호사는 "고의가 없었다면 왜 반복적으로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접근했는지 명확히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대치동 마약 음료' 사건처럼, 이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배후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전적 목적이나 살해 의도가 드러날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이 적용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이 대폭 무거워진다.
최근 서귀포, 대구, 광명 등 전국 각지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괴 시도가 잇따르면서 경찰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10월 12일까지 5주간 서울 시내 609개 모든 초등학교 등하굣길에 가용 경찰력을 집중 배치하고, 아동 범죄 신고는 최우선으로 출동하는 '코드 원'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