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공황장애 라이더…"입원 안 했으니 수입 보상 못 해"
사고 후 공황장애 라이더…"입원 안 했으니 수입 보상 못 해"
서울대병원 '직무 제한' 진단에도…공제조합 "휴업손해 불가"

100% 상대방 과실 교통사고 후 공황장애 진단으로 생업을 잃은 배달 라이더가 휴업손해 보상을 두고 공제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100% 상대 과실 교통사고로 운전대를 놓게 된 배달 라이더 A씨. 공황장애 진단으로 생업이 막혔지만, 공제조합은 "입원 기간 외에는 보상 불가"라며 버티고 있다.
법조계는 "입원 여부가 아닌 의학적 근로 불능이 핵심"이라며 A씨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운전 불가" 진단서에도…돌아온 건 '보상 거부'
2025년 10월, 배달 라이더로 일하던 A씨의 삶은 후방추돌 사고와 함께 멈춰 섰다. 상대방 과실 100% 사고였지만, 진짜 고통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됐다. 사고 이후 A씨는 극심한 공황, 불안, 우울, 수면장애에 시달렸고 결국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병원이 내놓은 진단은 그의 상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2026년 1월 발급된 진단서에는 "사고 이후 심한 불안 증상이 지속되고 정신과 약물을 복용 중이며, 약물 영향 및 증상으로 인해 운전 및 직무 수행에 제한이 있을 수 있고, 사회적·직업적 기능을 포함한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상당히 제한된 상태"라는 소견이 담겼다.
또한 "최소 6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명시됐다. 운전이 생업인 A씨에게 이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고, 그는 결국 오토바이 운행을 중단했다.
공제조합의 벽 "입원해야만 휴업손해 인정"
A씨는 현재까지 발생한 약 62만 원의 약제비 영수증을 포함한 서류를 전국전세버스공제조합에 제출하며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공제조합의 입장은 단호했다. 입원 기간에 대한 휴업손해만 인정할 뿐, 통원 치료를 받으며 일을 하지 못한 기간은 보상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A씨는 공제분쟁조정을 신청하며 홀로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태희 민경남 변호사는 "보험사가 입원 기간에 대해서만 휴업손해를 인정한다는 주장은 실무상 자주 발생하는 관행이나, 이는 실제 근로불능 상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편협한 해석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배달 라이더라는 직업의 특성상 운전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공황장애와 불안 증상은 업무 수행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핵심은 입원 아닌 '의학적 근로불능' 입증"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휴업손해 인정의 핵심은 '입원 여부'가 아닌 '의학적으로 근로가 불가능한 상태'를 입증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대한중앙 하영우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교통사고 이후 정신과적 증상으로 인해 실제 근로가 불가능한 상태라는 의학적 소견이 인정된다면, 입원 기간에 한정되지 않고 일정 기간의 휴업손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 역시 "보험사가 입원 기간만 인정한다는 입장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외래 치료 기간 중에도 의학적으로 근로불능 상태가 인정된다면 그 기간의 휴업손해 역시 청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대학교병원 진단서에 직무 수행 제한과 6개월 이상 치료 필요성이 명시되어 있고, 배달 라이더라는 직업 특성상 운전 불능이 곧 근로 불능으로 직결된다는 점은 매우 유리한 사정"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A씨가 사고 전 소득 자료와 의학적 소견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공제조합의 논리를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