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내 동의 없는 증거 채택"…'유죄' 판결 뒤집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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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내 동의 없는 증거 채택"…'유죄' 판결 뒤집을 수 있나

2026. 06. 22 11:1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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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사와 피고인의 엇갈린 의견, 법적 효력은?

1심에서 피고인의 '부동의' 의사에도 국선변호사가 증거에 '동의'해 유죄가 선고됐다. / AI 생성 이미지

"나는 분명 '부동의' 서면을 냈는데, 국선변호사가 '동의'로 표시했다니요." 1심 유죄 판결의 결정적 증거가 피고인의 의사에 반해 채택됐다면, 항소심에서 이를 무효로 만들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가 최우선"이라며 "원심의 절차적 위법을 다툴 핵심 기회"라고 조언한다.


"나는 '부동의' 했는데"…국선변호사의 '동의', 대체 무슨 일?


형사 재판에서 무죄를 다투던 A씨는 항소심을 준비하다가, 1심 재판 기록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 대부분에 대해 '부동의' 취지로 다투려 했던 A씨. 그는 1심 국선변호인에게 증거인부 절차에 대한 설명을 요청한 뒤, 직접 기록을 검토하고 '증거부동의' 취지를 담은 의견서와 내용증명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런데 1심 기록에는 국선변호인이 2025년 1월 13일경 제출한 '증거에 대한 의견서'에 일부 증거가 '동의'로 처리된 사실이 남아 있었다.


A씨가 부동의 의견서와 내용증명을 법원에 보낸 것은 그 후인 2025년 4월 초. A씨의 서면들은 공판기일(2025. 4. 10.) 전에 법원에 도착했지만, 그의 의사는 재판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A씨는 자신의 방어권이 송두리째 무시당했다고 느끼며 절망에 빠졌다.


변호사들 "피고인 명시적 의사에 반한 동의, 원천 무효"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주장이 법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형사소송법상 증거동의의 주체는 피고인이며, 변호인은 피고인을 대리할 뿐이다. 대법원 판례 역시 "피고인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변호인이 증거동의를 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오지영 변호사는 "피고인이 직접 제출한 피고인 의견서와 내용증명에 검찰 측 진술증거에 대한 부동의 취지가 명확히 담겨 있다면, 이는 피고인의 명시적 증거부동의 의사표시로 평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윤석 변호사 역시 "의뢰인의 명시적 부동의 의사가 법원에 제출되었음에도 변호인의 동의로 처리되었다면, 항소심에서 1심 증거동의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단순히 마음이 바뀌어 동의를 번복하는 '사후 철회'가 아니라, 동의 자체가 처음부터 효력이 없었다는 '원천적 무효' 주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시간표'가 관건... 재판기록 뒤집을 마지막 기회


결국 승패는 '시간' 싸움에 달렸다. A씨의 부동의 서면이 법원에 접수된 시점과, 문제의 증거에 대한 조사가 완료된 시점을 비교하는 것이 핵심이다.


박영재 변호사는 "피고인의 부동의 서면이 언제 법원에 접수했는지, 문제된 증거가 언제 조사 완료되었는지를 정리해 두시면 좋다"며 시간표 정리를 강조했다.


항소심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피고인 의사에 반한 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 ▲법원이 피고인의 의사를 살피지 않은 채 재판을 진행한 심리미진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되었다는 점을 주장해야 한다.


조기현 변호사는 "단순히 피고인이 반대 의사를 가졌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국선변호인이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증거동의를 하였다는 점을 기록으로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심의 공판조서, 증거목록, 변호인 의견서, A씨가 제출한 서면의 접수일시 등이 바로 그 '기록'이다. 항소심은 사실관계를 다툴 마지막 기회인 만큼, 철저한 기록 검토를 통해 절차적 위법을 입증하는 것이 판결을 뒤집을 유일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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