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가 보낸 경고장, 국내 판매만 했는데 상표권 침해?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미국 회사가 보낸 경고장, 국내 판매만 했는데 상표권 침해?

2025. 09. 26 12:3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쿠팡·스마트스토어 판매자에 날아든 미국발 내용증명…'상표권 속지주의'와 '부정경쟁방지법' 사이의 줄타기

A씨가 생산해 국내에서만 팔고 있는 화장품에 대해 미국 업체가 상표권 침해라며 판매중단을 요구했다. 법적 효력이 있을까?/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국내서만 팔았는데 미국서 '판매 중단' 경고, 법적 효력 있을까.

어느 날 A씨의 메일함에 낯선 영어 이메일 한 통이 꽂혔다. 미국 법무법인 명의로 온 경고장이었다. A씨가 판매하는 'DEEP CLEANSING OIL' 제품이 자사 상표권을 침해했으니 3월 19일까지 판매를 중단하라는 서슬 퍼런 통보였다. 쿠팡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국내 플랫폼에서만 물건을 팔던 A씨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A씨는 "미국에서 판매하지도 않는데 미국 상표권 침해라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국내에는 'DEEP CLEANSING OIL'이라는 상표가 등록된 적도 없는 상태였다.


미국 상표권, 한국에선 '종이호랑이'?…'속지주의'의 벽


A씨의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상표권의 속지주의(屬地主義)' 원칙을 꺼내 들었다. 상표권은 등록된 국가의 영토 안에서만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는 대원칙이다. 미국에 등록된 상표권은 한국 땅에서는 법적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도형욱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트)는 "상표권은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효력이 미친다"며 "국내에 해당 상표권이 등록되지 않았다면 상표권 침해 문제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심은 금물, '유명세'가 발목 잡는 '부정경쟁방지법'의 함정


그렇다면 A씨는 안심하고 장사를 계속해도 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아니오'라고 답하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라는 복병을 지목했다.


상표가 국내에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국내에 널리 알려진(주지성)' 타인의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해 소비자들이 원래의 유명 제품과 혼동하게 만들었다면 이는 불법적인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김민경 변호사(법무법인 휘명)는 "해당 브랜드가 국제적으로 매우 유명하다면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회사가 노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딥 클렌징 오일', 애초에 독점할 수 없는 이름이라면?


분쟁의 불씨가 된 'DEEP CLEANSING OIL'이라는 문구 자체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이 표현은 '깊은 세정력을 가진 오일'이라는 제품의 성질이나 효능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기술적 표장(descriptive mark)'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상표법은 이처럼 상품의 특징을 보통으로 설명하는 방식의 표장에는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상표법 제90조). 누구나 자유롭게 써야 할 표현을 특정인에게 독점시켜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만약 법원이 이 문구를 기술적 표장으로 판단한다면, 미국 회사의 권리 주장은 더욱 힘을 잃게 된다.


무시하자니 찝찝, 대응하자니 막막…전문가들의 최종 처방은


종합적으로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미국 회사의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봤다. 송동수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안)는 "특별히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면서도 "일단 무시하되 적절한 대응 방안은 마련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는 ▲한국 내에는 상표가 등록되지 않았고 ▲판매 역시 국내에 한정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는 답변서를 보내는 방법이 제시됐다. 김동훈 변호사(클리어 법률사무소)는 "가능하다면 변호사와 상의하여 법률 검토 의견서를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분쟁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제품명을 일부 변경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됐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