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중개사의 한마디, 전세사기 ‘이중계약’ 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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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중개사의 한마디, 전세사기 ‘이중계약’ 덫이 됐다

2026. 04. 16 12:2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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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이라 괜찮다” 속삭임에 보증금 전액 날릴 위기…전문가들 “거절 각오하고 청구해야”

공인중개사 관행을 믿고 계약서를 쪼개 썼다가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임차인이 발생했다. / AI 생성 이미지

“보증보험 한도 때문에 다들 이렇게 해요.” 공인중개사의 관행이라는 말 한마디에 전세계약서를 두 개로 쪼개 썼다가, 전세사기 직격탄을 맞고 1억 7,500만 원 보증금 전액을 떼일 위기에 처한 임차인의 사연이 전해졌다.


법률 전문가들은 보증보험사가 계약서 불일치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하면서도, “포기하지 말고 일단 청구해 ‘선의의 피해자’임을 입증하는 데 사활을 걸라”고 입을 모았다.


“다들 이렇게 해요”...비극의 씨앗이 된 한마디


사건의 발단은 2024년 초, 한 오피스텔 전세 계약 현장이었다. 당시 공인중개사는 A씨에게 총 보증금 1억 7,500만 원을 보증보험 가입 한도에 맞춰 1억 4,900만 원짜리 계약서와 차액 2,600만 원짜리 계약서로 나눠 쓰자고 제안했다. A씨는 ‘관행’이라는 말에 별다른 의심 없이 서명했다.


그러나 2년 뒤, 집주인은 연락 두절 끝에 전세사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HUG 블랙리스트 등재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집주인 스스로 사기 문제를 인정하며 퇴거를 권유했고, A씨는 부랴사랴 계약 종료에 합의한 뒤 1억 4,900만 원에 대해서만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았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발목 잡은 이중계약서…“HUG 면책 주장 확률 높다”


A씨의 가장 큰 불안은 바로 ‘이중계약서’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실제 오간 보증금 총액과 보험에 가입된 계약서상 금액이 다를 경우, 이를 약관 위반이나 허위 계약으로 보고 보증금 반환을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이체 내역(1.75억)과 계약서 금액(1.49억)이 불일치하면 HUG는 이를 '보증 한도를 맞추기 위한 편법'으로 보고 면책(지급 거절)을 주장할 확률이 높습니다”라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홍현필 변호사 역시 “실제 보증금액인 1억 7,500만 원과 보험 가입 금액인 1억 4,900만 원이 일치하지 않는 점은 대위변제 심사 과정에서 중대한 거절 사유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라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거절돼도 일단 신청”…‘선의의 피해자’ 입증이 열쇠


암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그럼에도 보증보험 이행 청구를 즉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거절 위험 때문에 망설이다가 청구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관건은 A씨가 사기 공모자가 아닌 ‘선의의 피해자’임을 증명하는 데 달렸다. 변호사들은 ▲중개사가 이중계약을 먼저 제안한 정황(녹취, 문자 등) ▲차액 2,600만 원을 보호하려 전세권 등기를 시도했던 내역 ▲임대인의 사기 행각을 입증하는 ‘사건사고사실확인서’ 등을 통해 고의성이 없었음을 적극 소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거절 시에는 이의신청 또는 소송으로 대응할 준비를 병행해 두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남은 2,600만원, 길이 있다…‘추가 임차권등기’ 가능


그렇다면 HUG 보증 대상이 아닌 남은 2,600만 원은 포기해야 할까? 다수 변호사들이 동일 주택에 대한 추가 임차권 등기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민사소송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희망은 있었다.


함께 제공된 법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에 근거해 2,600만 원에 대해서도 별도의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것이 가능하다.


2,600만 원 계약서를 근거로 법원에 신청하면, A씨는 이 금액에 대해서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해 향후 경매 절차 등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섣부른 포기 대신 법적 절차를 끝까지 밟아볼 실익이 충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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