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자수했더니 '참고인'…안심했다간 '피의자' 된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보이스피싱 자수했더니 '참고인'…안심했다간 '피의자' 된다

2026. 01. 29 16:0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경찰의 '참고인 조사', 피의자 전환 덫일까

보이스피싱 연루 사실을 알고 자수했어도 경찰이 '참고인'으로 소환했다면 안심은 금물이다. / AI 생성 이미지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계좌를 정지시키고 경찰에 자수까지 했다. 그런데 경찰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나오라고 한다. 안심해도 되는 걸까?


법률 전문가들은 이를 '안심시키기 위한 수사 기법'일 수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 사기방조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참고인 소환'은 안심시키기 위한 덫?


순간의 실수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A씨. 그는 범죄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은행에 연락해 자신의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곧장 경찰서로 달려가 자수 진정서를 제출했다.


모든 것을 바로잡았다고 생각했지만, 며칠 뒤 경찰에게서 걸려온 전화는 그를 다시 혼란에 빠뜨렸다. “피의자 조사가 아닌 참고인 조사이니 일단 출석하라”는 것이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참고인'이라는 단어에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수사기관이 조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명중의 윤형진 변호사는 “'참고인 조사'라고 이야기 한 것은 전금법위반 때문이 아니라, 사기방조 부분에 대한 조사를 함에 있어서 안심을 시킨 후 진술(사기에 대한 예견 가능성을 추인할 수 있는 진술)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라고 분석했다. 즉, 심리적 압박감을 낮춰 범죄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진술을 자연스럽게 확보하려는 수사 기법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도 속았다' 주장, 통할까…미필적 고의의 늪


A씨가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전환될 경우, 주로 사기방조죄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된다. 두 혐의 모두 범죄에 대한 '고의성' 입증이 관건이다. 특히 수사기관은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알면서도 계좌 정보를 제공했다는 '미필적 고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대부분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이 A씨와 같이 범죄에 가담한다는 의사는 없이 행위하게 됩니다”라면서도, 검찰과 법원은 여러 정황을 종합해 고의성을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신도 속았다고 항변해도 수사기관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법무법인 대환의 김상훈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이런 법원 판단이 있음에도 일단 관련자 일체를 사기죄 공범으로 의율하는 경향이 아직 남아있다”며, 혐의를 벗기 위해선 자신이 또 다른 피해자라는 점을 법리적으로 적극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수·지급정지, '면죄부' 아닌 '정상참작 사유'


그렇다면 범죄를 인지하자마자 스스로 지급정지를 하고 자수한 A씨의 행동은 처벌을 피하게 해주는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다수의 변호사들은 이를 매우 긍정적인 '정상참작 사유'로 평가했다.


12년간 경찰로 근무했던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A씨가 보이스피싱임을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지급정지를 걸었으며, 경찰에 자수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정상참작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곧 무혐의나 불처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률사무소 가온길의 백지은 변호사는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의 경우, 최근에는 기소유예 처분을 하지 않고 구약식 또는 구공판(전력이 많은 경우) 처분하는게 일반적입니다”라고 경고했다. 결국 A씨의 자발적 조치들은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혐의 자체를 벗기 위해서는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 변호사는 “참고인 조사라 하더라도 충분히 준비하여 출석해야 한다”며, “본인이 취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의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 혐의를 벗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라고 조언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