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따라 PC방 갔는데 '군무이탈'…전역 2개월이 지난 병사에게 날아온 날벼락
간부 따라 PC방 갔는데 '군무이탈'…전역 2개월이 지난 병사에게 날아온 날벼락
부대 관행 믿었다가 전과자 위기…'고의성' 입증이 최대 관건

전역한 병사가 복무 중 간부의 허락과 동행 하에 PC방에 외출했던 일로 '군무이탈' 혐의 수사를 받게 됐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전역 두 달이 지나 '군무이탈'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한 병사의 사연이 법조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PC방에 데려간 건 간부인데, 범죄자 낙인 위기에 처한 건 사병이었다. 부대의 오랜 관행을 믿고 따랐을 뿐인 한 전역 병사가, 이제 자신의 미래를 송두리째 흔드는 '군무이탈'이라는 무거운 혐의와 마주하게 됐다.
지난 8월 만기 전역한 A씨는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한 지 두 달 만에 군 복무 시절의 외출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했다.
“간부가 가자고 했을 뿐”…부대 관행이 족쇄가 되다
사건은 A씨가 파견 근무를 하던 지난해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파견대 간부의 허락과 동행 아래, 근무 외 시간에 10차례에 걸쳐 부대 밖 PC방을 다녀왔다. 부임 전 선임들로부터 “파견지에서는 간부 허락만 있으면 외출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고, 이는 실제로 수년간 이어져 온 부대의 공공연한 관행이었다. 근무에 지장을 주지도 않았기에 문제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하지만 그가 전역한 후, 같은 부대 후임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외출하다 적발되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후임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과거 외출자 명단이 거론됐고, A씨의 이름도 포함된 것이다. A씨는 “수년 전부터 계속된 일이라 전역자까지 모두 조사하면 100명은 족히 넘을 것”이라며 망연자실했다.
징역뿐인 '군무이탈' vs 벌금형 '근무지 이탈'…운명의 갈림길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행위가 어떤 법 조항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분석한다. 핵심은 군 복무를 회피하려는 '군무 기피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다.
만약 검찰이 A씨에게 '군무이탈죄'(군형법 제30조)를 적용한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군무이탈죄는 군 복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부대를 이탈했을 때 성립하며, 벌금형 없이 오직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만 규정된 중범죄다. 유죄 판결 시 A씨는 취업 등 사회생활에 큰 제약을 받는 전과자가 된다.
반면, 군무 기피 목적 없이 단순히 허가받지 않고 근무지를 벗어난 '근무지 무단이탈'(군형법 제79조) 혐의가 적용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져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A씨가 이미 전역했더라도 범죄가 복무 중에 발생했으므로 군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되며, 기소될 경우 민간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법조계 “범죄의 고의성 없었다면 무죄 다툴 여지 충분”
다수의 변호사는 A씨에게 '군무이탈'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무혐의나 기소유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육사 출신 박상호 변호사는 “모든 범죄는 고의성이 있어야 성립한다”며 “간부의 권유와 허가, 심지어 동행까지 한 상황에서 군무를 기피하려는 범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CCTV나 계좌이체 내역 등은 외출 사실 자체를 입증할 뿐, 위법 행위에 대한 '인식'이나 '의도'를 증명하지는 못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수사기관이 A씨의 '군무 기피 목적'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군무이탈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섣부른 대응은 금물…전문가들이 제시하는 ‘3단계 생존 전략’
전문가들은 A씨처럼 억울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섣부른 대응은 금물이라며, 단계별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첫째, 관망 및 전략 수립 단계다. 군 검사 출신 남희수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공식적인 연락이 오기 전까지 먼저 나서기보다,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둘째, 첫 조사부터 변호인과 함께해야 한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으면 즉시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첫 조사부터 함께해야 한다”며 “초기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하는 만큼, 말 한마디의 무게가 천금 같다”고 강조했다.
셋째, 일관된 진술로 기소유예를 목표로 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는 ▲상관의 명확한 허가와 지시가 있었던 점 ▲개인적 일탈이 아닌 부대 내 오랜 관행이었던 점 ▲규정에 대한 무지로 위법성 인식이 없었던 점 등을 일관되게 소명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군무 기피 목적이 없었음을 명확히 하여,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범죄 혐의는 인정되나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목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