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나 몰래 아이들 주소이전? 범죄와 권리 사이
남편이 나 몰래 아이들 주소이전? 범죄와 권리 사이
이혼소송 중 벌어진 기습 전입신고, 세대주 여부가 위법성 갈라

이혼 소송 중인 경찰 남편이 아내 동의 없이 자녀 주소를 자기 부모 집 주소로 이전해 논란이다. / AI 생성 이미지
이혼 소송 중인 경찰 간부 남편이 아내 몰래 자녀들의 주소지를 옮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것이 양육권을 노린 범죄인지 아니면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인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법률 전문가들은 남편이 '세대주'인지 여부에 따라 행위의 위법성이 갈릴 수 있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제 서류 위조해 몰래 전입신고...남편은 경찰 간부"
남편과 이혼 소송을 시작한 A씨는 불과 이틀 만에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 간부인 남편이 A씨의 동의 없이 자녀들의 주소를 자신의 부모님 집으로 옮겨 버린 것이다.
A씨는 "제 위임장과 제 주민등록증 복사본을 제 동의도 없이 아이들 전입주소지로 본인의 관할 주민센터에 제출했어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간 아이들은 오롯이 A씨가 돌봤고, 남편은 무관심했다고 한다. A씨는 이 기막힌 상황에 대해 법적 대응이 가능한지 절박하게 묻고 있다.
'사문서 위조'냐 '세대주의 권리'냐...엇갈린 법적 해석
A씨의 주장대로 남편이 위임장을 위조해 제출했다면 명백한 범죄다. 조수진 변호사는 "공문서 위조 및 부정사용은 형사처벌 대상이며, 특히 공무원 신분으로 이런 행위를 한 것은 가중처벌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사문서위조죄는 물론,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하지만 변수는 존재한다. 바로 남편이 '세대주'일 경우다.
고순례 변호사는 "전입신고는 세대주가 할 수 있습니다"라며 "애 아빠가 세대주라고 한다면, 엄마의 동의 없이도 다른 주소지로의 전입신고가 가능합니다. 그 경우에는 부인의 위임장도 필요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남편이 세대주라면 위임장 없이도 자녀의 주소를 옮길 수 있어 '서류 위조'라는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위법 여부는 남편의 세대주 자격과 실제 위임장 제출 여부에 따라 갈리게 된다.
양육권엔 '영향 미미'...법원은 '실질적 양육'을 본다
남편이 이런 무리수를 둔 배경에는 이혼 소송의 핵심인 양육권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꼼수'가 양육권 판단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원은 서류상 주소지가 아닌 실제로 누가 자녀를 안정적으로 돌보고 있는지, 자녀와의 유대관계는 어떤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육자를 지정하기 때문이다.
고순례 변호사는 "양육권은 전입신고와는 상관없이 현재 자녀들을 데리고 있는 사람이 유리합니다"라고 못 박았다. 아이를 실제로 키우고 있는 A씨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의미다.
대응 첫걸음은 '정보공개청구'...임시양육자 지정도 시급
전문가들은 A씨에게 감정적 대응보다 냉철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을 주문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민센터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남편이 실제로 위임장을 제출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박성현 변호사는 위임장 사용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사문서 위조 등 법적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위조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 고소를, 아니라면 가사 소송에 집중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현재 양육 상태를 법적으로 공고히 하는 절차가 시급하다.
심규덕 변호사는 "양육권 확보를 위해 임시양육자 지정 신청을 진행하는 것해 이 바람직합니다"라며, 이혼 소송이 끝날 때까지 A씨가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돌볼 법적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