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신청서 내동댕이친 상사…퇴근 막아 서자 '업무방해' 고소
육아휴직 신청서 내동댕이친 상사…퇴근 막아 서자 '업무방해' 고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신청한 직장인이 회사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한 사연이 알려지며 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조계는 회사의 고소가 무리하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육아휴직 신청을 거부당한 직원이 퇴근하는 담당자와 대화를 시도했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육아휴직 신청서, 그리고 돌아온 것은 차가운 고소장이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신청서를 손에 든 직장인 A씨의 기대는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담당자는 A씨가 내민 서류를 바닥에 던지며 "모르는 일이다, 안 받는다"고 소리쳤다.
사무실 불을 끄고 퇴근하는 담당자를 A씨는 다급하게 따라 나섰다. 어떻게든 대화를 해보려 퇴근길을 막아선 것이 화근이었다. 며칠 뒤 A씨에게 날아온 것은 육아휴직 허가서가 아닌,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였다.
"퇴근 막았으니 업무방해" vs "정당한 권리 행사"
회사의 논리는 간단했다. 퇴근하는 직원을 막아선 행위가 형법상 '위력'을 사용하여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의 시각은 달랐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A씨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쉴드의 임현수 변호사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을 의미한다"며 "단순히 따라가며 대화를 요청한 행위는 위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니케의 이현권 변호사 역시 "폭력이나 협박 없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이었다면 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퇴근 시간 이후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도 A씨에게 유리한 지점이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퇴근 후 발생한 행위는 '업무 수행 중'이라는 범죄 성립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퇴근 자체가 업무의 연장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진짜 위법은 누구인가…'육아휴직 거부'가 핵심
전문가들은 오히려 회사의 행위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육아휴직 신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청서를 바닥에 던지며 접수 자체를 거부한 행위는 그 자체로 위법 소지가 크다.
법무법인 서한의 최원재 변호사는 "정당한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신청을 부당하게 거부한 것"이라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해 이를 업무방해 사건의 방어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은 A씨의 퇴근 저지 행위가 아니라, 회사의 부당한 육아휴직 거부에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A씨의 행동은 불법적인 권리 침해에 맞선 항의이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경찰 조사,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변호사들은 경찰 조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에 임할 때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법으로 보장된 권리라는 점 ▲회사가 먼저 불법적으로 신청을 거부한 경위 ▲물리적 폭력이나 협박 없이 대화를 시도하려 했을 뿐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진배 변호사는 "본인이 말하지 않은 다른 사실관계가 있는지 정확히 확인한 후 수사에 임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법률사무소 명중의 윤형진 변호사 역시 "정당한 이의 제기의 일환이었다면 무혐의 가능성이 있다"며 변호사와의 사전 상담을 강력히 추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