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에 따라 처리했을 뿐인데 '공문서위조죄'⋯'관행'이라고 무조건 따랐다가는 큰일
지시에 따라 처리했을 뿐인데 '공문서위조죄'⋯'관행'이라고 무조건 따랐다가는 큰일
국립대 조교로 일하며 인수인계 받은 대로 서류처리 했다가 '공문서위조죄'로 조사
"관행대로 처리했을 뿐⋯불법인지 전혀 몰랐다" 주장하지만
벌금형 없어 실형 피하기 어려워⋯변호사들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국립대 조교로 일하던 A씨는 '관행'대로 서류 업무를 처리했다. 그런데 3년 뒤 그 '관행'대로 했다가 공문서위조 혐의를 받게 됐다.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처벌받나요?" A씨는 억울하기만 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졸업 후 국립대 조교로 일했던 A씨. 생각과는 달리 일이 힘들어 1년 만에 그만뒀다. 벌써 3년 전 일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공문서위조와 관련한 참고인 조사라고 했다.
조사를 마친 A씨가 경찰서 문을 나설 때는 피의자가 돼 있었다. 교수가 지시해서 한 일이 공문서위조였다는 것이다. 서류처리를 할 때 A씨는 인수인계 해준 대로 했다. 그것이 '관행'이라고 했다. 관행대로 작성한 서류로 교수에게 결재를 받았고, 관련 부서나 업체들도 그 관행대로 업무 처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A씨는 전혀 그 일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기에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A씨는 국립대 조교로 일했기 때문에 교육 공무원신분이었다. 이 때문에 '공문서위조'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앞둔 A씨. 자신이 어떤 벌을 받게 되고, 어떻게 대처하는 게 최선일지 알고 싶다며 변호사 도움을 구했다.
변호사들은 A씨가 한 행위가 불법인지 몰랐고, 또 '관행'이라며 지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죄가 성립된다고 말한다.
법률사무소 황금률의 박성현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어떤 행위가 죄가 되는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고의로 해당 행위를 하였다면 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그러나 A씨에게 공문서위조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법률사무소 승인의 오승일 변호사는 "공문서위조에 대한 불법성 인식이 없었거나, 작성 권한자의 지시로 서류를 작성한 것이라면 공문서위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다만 확정적 고의가 없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면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변호사들은 공문서위조죄로 기소되면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며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이 과정에서 반드시 변호사의 도움을 받도록 권한다. 형법에 따르면 '행사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명재의 최한겨레 변호사는 "공문서위조죄와 그 행사죄에 대하여는 벌금형이 없어 기소되면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며 "수사 초기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게 좋다" 조언했다. JLK 법률사무소 김일권 변호사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법무법인 오라클(성남)의 이기석 변호사는 "공문서위조죄, 위조공문서행사죄 등의 혐의로 입건되어 조사를 받게 된다면 그 문서를 작성하게 된 동기, 교수의 지시 여부, 실제 이익의 취득 여부 등을 명확하게 소명하고 선처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문애림 변호사 역시 "상급자의 지시에 따른 행위였고, 관례적으로 이루어진 일이어서 불법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갑을 옥민석 변호사는 "관행에 따라 한 일이라도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따라서 무작정 혐의를 부인하기보다는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양형 사유들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사건을 최대한 가볍게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다솔공동법률사무소 김운용 변호사도 "공문서위조로 처벌을 받게 되면 추후 국립대 강사 등으로 취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구체적인 전략을 준비하고 조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