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서 '차단 후 욕설', 독백인 줄 알았는데 처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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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서 '차단 후 욕설', 독백인 줄 알았는데 처벌될까?

2026. 05. 19 14:5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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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신상 몰랐어도 '특정성' 성립 가능…변호사들 의견 '극과 극'

온라인 게임에서 욕설을 한 행위는 캐릭터명만으로 현실 인물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다른 유저가 대상을 인지하고 볼 수 있었다면 처벌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온라인 게임 중 상대방을 차단하고 '혼잣말'이라 생각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면 처벌될까? 상대방이 내 채팅을 못 본다고 확신한 상태에서 한 욕설이 법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을까?


'상대방의 실제 신원을 몰랐으니 죄가 안 된다'는 주장과 '다른 유저가 누구를 욕하는지 알았다면 범죄'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모욕죄의 핵심 요건인 '특정성'과 '공연성'을 둘러싼 법률 전문가들의 치열한 공방을 통해 게임 속 언어폭력의 법적 무게를 심층 분석했다.


"채팅 껐으니 괜찮아" 믿음의 배신, '고아' 독백의 대가


사건은 한 온라인 게임에서 벌어진 플레이어 간의 언쟁에서 시작됐다. 이용자 A씨는 상대방과 시비가 붙자 "채팅을 차단하겠다"고 선언하고, 게임 내 'deafen' 기능을 사용해 상대의 채팅을 차단했다.


시스템은 상대방에게도 A씨가 채팅을 껐다는 알림을 보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A씨는 이때부터 혼잣말처럼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상대 캐릭터의 이름을 거론하며 "애미가 혹시 어린 시절에 사랑을 안 줘서 자존감만 높아진거에요?", "고아 두 명이서 쌍으로 날뛰네 ㅎㅎ" 등 거친 말을 쏟아냈다.


하지만 뒤늦게 A씨는 자신이 채팅을 차단한 사이 상대방이 자신의 신상 정보를 공개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상대방의 정보를 보지 못한 A씨는 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지만, 찝찝한 마음에 변호사를 찾았다.


캐릭터 이름이 현실의 '그 사람'일까? '특정성' 둘러싼 불꽃 튀는 논쟁


A씨의 운명을 가를 첫 번째 관문은 '피해자 특정성'이다. 과연 캐릭터 이름만으로 현실의 인물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한수연 변호사(케이앤디법률사무소)는 처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봤다. 그는 "의뢰인님은 상대방이 '현실의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독백성 욕설을 한 것이 되므로, 가해자에게 특정성을 인지하고 모욕하려는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라며 A씨의 '인식' 부재를 강조했다.


심준섭 변호사(법무법인 심) 역시 "상대방이 신상을 공개했더라도 고객님이 이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였다면, 특정성을 인지하고 모욕할 고의가 없었다고 볼 수 있어 모욕죄 성립 가능성이 낮습니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반론은 거셌다. 사이버수사대 출신인 윤준기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는 "귀하가 상대방의 캐릭터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욕설을 했고, 해당 게임 내에서 함께 플레이하던 다른 유저들이 그 채팅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특정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이승현 변호사(법무법인 쉴드)도 "특정성은 발언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참여자들이 인식할 수 있으면 충분하므로, 캐릭터명만으로도 방 참여자들이 대상을 알 수 있었다면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 제3자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만의 '독백'인가, 모두의 '확성기'인가…'공연성'의 함정


두 번째 쟁점은 '공연성', 즉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다. A씨의 행위가 과연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독백'이었을까?


전문가들은 A씨의 의도가 아닌 '채팅 시스템의 작동 방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률 분석 자료에 따르면, A씨가 사용한 차단 기능이 상대방에게만 메시지를 숨기고 다른 유저들에게는 그대로 노출하는 방식이었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자료는 "만약 귀하의 발언이 상대방에게만 보이지 않고 다른 게임 이용자들에게는 여전히 보이는 상태였다면, 불특정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이므로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A씨의 행위가 '독백'이 아닌 '공개 발언'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강대현 변호사(법무법인 도모) 또한 "본인이 차단 알림을 보낸 후 독백 형태로 채팅을 쳤더라도, 제3자가 해당 채팅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A씨의 법적 책임은 그가 사용한 게임 시스템의 기술적 특성에 따라 갈릴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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