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말만 믿었는데…‘고소인’ 아닌 ‘피해자’ 된 폭행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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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말만 믿었는데…‘고소인’ 아닌 ‘피해자’ 된 폭행 피해자들

2026. 04. 21 11:1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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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고소 불필요” 안내에 권리 잃을까 전전긍긍…법조계 의견도 분분

집단 폭행 피해자들이 경찰의 잘못된 안내로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고소인'이 아닌 '피해자' 신분으로 남게 됐다. / AI 생성 이미지

길거리에서 집단 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경찰의 “별도 고소장이 필요 없다”는 안내를 믿었다가 ‘고소인’이 아닌 단순 ‘피해자’ 신분으로 남게 됐다.


가해자는 검찰에 송치됐지만, 정작 피해자들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보상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 상황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고소인 지위에 연연할 필요 없다’는 의견과 ‘잘못된 안내로, 즉시 고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쌍방 고소라 괜찮다더니"…황당한 경찰의 안내, 어찌된 일인가


사건의 발단은 길거리에서 벌어진 일방적인 폭행이었다. 남성 한 명에게 여럿이 폭행을 당한 피해자 갑, 을, 병은 사건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가해자는 쌍방 폭행을 주장했지만, 피해자들은 각자 상해 진단서까지 제출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며칠 뒤 다른 피해자 ‘정’까지 나타나면서 사건은 ‘공동상해’의 양상을 띠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미 쌍방으로 고소된 상태라 별도 고소장 작성이 필요 없다”고 안내했고, 피해자들은 그 말을 믿었다.


결국 한 달 뒤, 갑, 을, 병은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됐고 가해자만 검찰에 송치됐지만, 고소인 명단에는 추가 피해자 ‘정’의 이름만 올라 있었다.


뒤늦게 검찰에 문의했지만 “동일 사건은 중복 고소가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고, 최초 안내를 했던 담당 형사는 연락조차 닿지 않는 상황이다.


'피해자' vs '고소인', 권리 차이 있나?…법조계 의견은 분분


‘고소인’이 아닌 ‘피해자’ 신분으로 남게 된 이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할까 봐 불안에 떨고 있다.


이 상황에 대해 법조계의 의견은 크게 둘로 나뉜다. 먼저, 고소인 지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현실론이 제기된다.


한장헌 변호사는 “동일 사실관계로 이미 공소제기가 진행 중이면 별도 고소인 전환은 실익이 적고, 통상 어렵다”면서도 “‘피해자’로서 의견서·탄원·합의 의사 제출 등 절차 참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동균 변호사 역시 “고소인 지위에 연연하기보다는 민사적 보상 절차를 병행하여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경찰의 안내가 명백히 잘못됐으며 지금이라도 고소장을 제출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백지예 변호사는 “경찰이 별도 고소장이 필요 없다고 안내한 것은 잘못된 안내일 수 있다”며 “갑·을·병은 독립적인 피해자로서 별도 고소장 제출이 가능하며, 사건이 이미 송치된 경우라면 검찰 단계에서 고소장을 제출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소인에게는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권, 불기소 처분에 대한 항고권 등 더 폭넓은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보상이 목표라면? '민사소송'과 '배상명령' 투트랙 전략


피해자들의 가장 큰 목표는 폭행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고소인 지위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 보상을 받을 길은 열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형사 절차와 별개로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정준현 변호사는 “가해자의 송치 결정서 하나로 민사상 배상 범위를 확정짓기는 어려우며, 실제 손해와 인과관계를 따로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진단서, 치료비 영수증, 이로 인한 휴업 손해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더 간편한 방법도 있다. 최이선 변호사는 ‘배상명령’ 제도를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최 변호사는 “형사 재판 중 신청하는 ‘배상명령’ 제도를 먼저 고려해 보라”며 “소송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판결과 동시에 치료비와 위자료를 배상받을 수 있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결국 형사 절차에서는 피해자로서 엄벌을 촉구하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는 한편, 별도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거나 형사 재판에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투트랙 전략’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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