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 있을 때 폭행은 민사만 가능”…경찰의 황당 답변에 변호사들 “명백한 오류”
“둘만 있을 때 폭행은 민사만 가능”…경찰의 황당 답변에 변호사들 “명백한 오류”
직장 동료에게 3차례 폭행·욕설당한 피해자, 경찰 안내에 좌절…법조계 “녹취록 있으면 폭행죄 고소 가능, 모욕죄는 쟁점”

직장 동료 폭행 사건에서 경찰은 목격자가 없어 처벌이 어렵다고 안내했지만, 변호사들은 1대1 상황도 녹취 등 증거가 있으면 폭행죄, 모욕죄 처벌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경찰 말 믿고 고소 포기할 뻔”…‘1대1 폭행’ 녹취록, 변호사들의 답은 달랐다
직장 동료의 손이 세 차례 머리를 가격했다. 욕설과 함께 몸이 밀쳐졌다. A씨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는 이 모든 상황이 고스란히 녹음되고 있었다.
가장 확실한 증거라 믿었던 녹취록. 하지만 경찰의 한마디는 A씨를 더 깊은 절망으로 밀어 넣었다. "둘만 있었으니 형사 처벌은 어렵습니다."
목격자 없어도 폭행죄”…경찰 안내, 무엇이 틀렸나
A씨의 사연을 접한 변호사들은 일제히 “경찰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베테랑 오승윤 변호사는 “둘만 있을 때 폭력은 민사만 가능하다는 경찰의 말은 전혀 맞는 말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법률사무소 로건의 김동현 변호사 역시 “형사고소도 가능하다”면서, 다만 경찰이 입증의 어려움을 표현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형법상 폭행죄(제260조 제1항)는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면 성립하는 범죄로, 제3자의 목격 여부나 ‘공연성’(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녹취록이 결정적 증거”…폭행죄, 처벌 가능한 이유
변호사들은 A씨가 가진 ‘녹취록’이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승윤 변호사는 “A씨가 직접 녹음한 것이라면 적법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화 당사자가 직접 녹음한 파일은 상대방 동의가 없었더라도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된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도 “녹취록과 함께 당시의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시면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았더라도 폭력의 사실이 인정되면 처벌이 가능하다”며 폭행죄 성립에 상해 결과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전파가능성 이론’…단둘이 한 욕설, 처벌의 마지막 열쇠
반면 욕설에 대한 모욕죄 처벌은 법리적 쟁점이 남는다.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했을 때 성립하기에, 단둘만 있는 상황에서는 공연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박성현 변호사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최근 판례에서는 단둘이 있을 때라도 녹취 내용이 외부로 유포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소수에게 한 말이라도 여러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하는 ‘전파가능성 이론’에 따른 해석이다. 마치 '너한테만 말하는 비밀인데'라며 시작된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제3자의 진술 없이도 처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형사고소만이 답은 아니다…‘직장 내 괴롭힘’ 카드
형사 처벌과 별개로 대응할 방법도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접근하면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정식으로 신고하고,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는 방식이다.
이는 가해자에 대한 징계나 부서 이동 등 실질적인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폭행과 폭언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결국 A씨의 사례는 일선 경찰의 잘못된 법률 안내가 한 시민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법조계는 '1대1 폭행'도 녹취 등 증거가 있다면 명백한 형사 범죄이며, 모욕죄 역시 '전파가능성' 법리를 통해 다퉈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