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전 여친 BJ 데뷔, 폭로해도 되나요?" 변호사들 '만장일치' 경고
"절도 전 여친 BJ 데뷔, 폭로해도 되나요?" 변호사들 '만장일치' 경고
섣부른 폭로는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든다…'사실적시 명예훼손'의 덫

A씨가 절도 혐의로 고소한 전 여자친구가 BJ 데뷔를 준비하자, 이를 소속사에 알려도 될지 고민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내 명품을 훔친 혐의로 고소한 전 여자친구가 BJ 데뷔를 앞둔 상황인데, 이 사실을 소속사에 알려도 될까?
한 남성의 절박한 질문에 법률 전문가 13명 전원이 약속이라도 한 듯 "절대 안 된다"고 경고했다. 억울함을 풀려다 되레 명예훼손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서늘한 지적이다.
명품 훔친 그녀, BJ로 데뷔 준비
사건의 발단은 A씨의 집에서 시작됐다. 약 두 달간 A씨의 집에 얹혀살던 전 여자친구 B씨가 그의 명품 지갑을 훔치려다 미수에 그치고, A씨 누나의 명품 가방을 훔쳐 중고거래 사이트에 판매한 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B씨는 A씨 가족만 사용하는 창고방에 무단으로 침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1월 16일, B씨를 절도, 절도미수,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가 엔터테인먼트사와 손잡고 BJ 데뷔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B씨의 소속사나 협력업체에 이러한 사실을 알려도 되는지 법률 상담을 구했다.
"진실을 말해도 범죄"…변호사 13인의 강력한 경고
A씨의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폭로 금지' 의견을 냈다. 수사 중인 사실을 제3자에게 알리는 순간, A씨가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현 변호사는 "지금 알리는 순간, A씨는 '피해자'에서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합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 법은 '진실한 사실'을 말해도 처벌합니다. 엔터사에 ‘얘 도둑이다’라고 제보하면, 그게 사실이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합니다"라고 명확히 설명했다.
최성현 변호사 역시 "명예훼손죄는 사실 적시의 경우에도 성립하며, 핵심은 그 행위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여부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법조인들은 A씨의 폭로가 공익 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감정이나 보복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았다. 유죄 판결이 확정된 후라도 섣불리 알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도 잇따랐다.
진짜 복수는 '기다림'…"돈 벌게 둬야 압류라도"
그렇다면 A씨는 억울함을 삼킨 채 B씨의 활동을 지켜봐야만 할까. 변호사들은 '감정적 폭로'가 아닌 '법적 절차'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통쾌한 복수라고 조언했다. 지금은 형사 고소 절차에 충실해 B씨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특히 이재현 변호사는 "오히려 그녀가 데뷔해서 돈을 벌게 내버려 두십시오. 그래야 나중에 A씨가 '민사 소송'을 걸었을 때 압류할 돈이라도 생깁니다"라는 역설적인 조언을 내놓았다.
섣부른 폭로는 오히려 B씨에게 명예훼손 고소를 빌미로 절도죄 합의를 요구할 협상 카드만 쥐여주는 최악의 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분노를 가라앉히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차분하게 상대를 처벌하고 피해를 보상받는 것이 자신을 지키면서 정의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