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망 후 집 상속, 10살 아들 몫에 발목 잡힌 엄마
남편 사망 후 집 상속, 10살 아들 몫에 발목 잡힌 엄마
'특별대리인' 모르면 재산분할 전부 무효…"자녀 몫 없애는 협의 안돼"

남편 사망 후 미성년 자녀가 공동상속인이면, 모친은 자녀의 상속 지분을 임의로 포기시킬 수 없다. 이를 위해선 법원에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해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망 후 남겨진 집을 상속받으려던 A씨. 그러나 은행의 대출 승계 조건을 맞추려다 10살 아들의 상속권리와 충돌하는 법의 벽에 부딪혔다.
미성년 자녀가 포함된 상속 절차에서는 어머니가 자녀의 권리를 임의로 포기하는 협의를 할 수 없다. 법원이 지정하는 '특별대리인'이라는 생소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모든 상속 협의가 물거품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엄마가 아들 재산 포기?" 법이 막는 '이해상반행위'
얼마 전 남편을 여읜 A씨는 상속 절차를 밟다가 눈앞이 캄캄해졌다. 남편 명의로 된 아파트의 대출(보금자리론)을 승계하려면 은행에서 A씨가 주택 지분 100%를 가져올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A씨에게 만 10세의 미성년 아들이 있다는 점이다. 아들 역시 법적 상속인이라 남편의 재산에 대한 권리가 있다.
A씨가 주택 지분 전부를 가져오는 것은 아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법률에서는 '이해상반행위(이해가 서로 충돌하는 행위)'라고 부른다.
민법 제921조는 친권자와 그 자녀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행위를 할 때, 친권자가 법원에 자녀를 위한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하도록 규정한다. 만약 이 절차를 무시하고 친권자가 자녀를 대신해 상속재산 분할 협의서에 도장을 찍으면 그 협의는 원칙적으로 전부 무효가 된다.
법무법인 게이트의 김범석 변호사는 "미성년 자녀와 모친이 모두 공동상속인인 경우,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이해가 상반되는 행위(이익상반행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자녀를 위한 특별대리인을 가정법원에 선임 청구한 뒤, 그 특별대리인이 자녀를 대리해 협의에 참여해야 협의가 유효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구원투수 '시아버지', 법원 설득이 진짜 관건
다행히 A씨의 시아버지가 손자를 위한 특별대리인이 되어 주기로 했다. 변호사들은 시아버지처럼 해당 상속에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친족은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법원 실무상 사망한 피상속인(남편)의 혈족인 할아버지, 고모, 삼촌 등은 특별대리인 후보자로 매우 적합하며 자주 선임됩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아버지를 특별대리인으로 내세운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특별대리인 선임 여부를 결정할 때, 제출된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초안이 실질적으로 미성년 자녀의 이익을 보호하는지 엄격히 심사한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다만 자녀 몫을 전부 없애는 구조로 보이면 보정이 나오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동차·청약통장·주식계좌·채무·보험금의 성격을 나누어 협의안을 설계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즉, A씨가 주택을 모두 가져가는 대신, 아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다른 재산(예금, 주식 등)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춰야 법원의 허가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사망보험금'은 제외, 협의서 초안부터 꼼꼼히
상속재산을 정리할 때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사망보험금을 포함하는 것이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남편분의 사망으로 수익자에게 지급되는 생명보험금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이 아닌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해당 보험금은 특별대리인 선임 및 상속재산분할협의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를 제외하고 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하셔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A씨가 상속 절차를 무사히 마치려면, ①사망보험금을 제외한 상속재산 목록을 정확히 정리하고 ②A씨가 주택과 대출을 모두 인수하는 대신 아들에게는 법정상속분에 준하는 다른 자산을 배분하는 내용의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초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후 이 초안과 각종 증빙 서류를 첨부해 가정법원에 시아버지를 특별대리인으로 선임해달라는 심판을 청구하고, 법원의 결정을 받은 뒤에야 비로소 완전한 효력을 갖는 분할협의서를 완성할 수 있다.
법무법인 테헤란 양진하 변호사는 "질문자님의 주거 필요나 대출승계 사정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자녀 몫이 줄어드는 분할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자녀의 재산 보전 여부가 더 중요하게 고려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복잡한 절차인 만큼 전문가와 협의 구조를 먼저 맞추는 것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