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이 오픈채팅방 '프사'로?…얼굴 모르는 너, 고소할 수 있을까
내 사진이 오픈채팅방 '프사'로?…얼굴 모르는 너, 고소할 수 있을까
내 얼굴로 사는 너, 잡을 방법이 없다?…경찰도 알려주지 않는 가해자 정보, 막막한 소송의 시작

온라인에서 얼굴 사진을 도용당해도 명예훼손 등 형사 처벌은 어렵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내 얼굴 도용한 너, 잡고 보니 '혐의 없음'…경찰은 "개인정보라 못 알려줘" 황당
어느 날 모르는 사람이 내 얼굴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나인 척 "게임하고 싶다", "만화책 보고 싶다" 같은 평범한 대화를 나눴다.
상업적, 성적 이용도 아니었고 신상 공개도 없었다. 명백한 도용에 분노가 치밀지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상대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형사 처벌의 벽은 높지만, 민사상 책임을 물을 길은 열려 있다고 조언한다.
"이게 왜 죄가 안돼?"…명예훼손과 초상권 침해의 결정적 차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혐의는 명예훼손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단순히 사진을 사용한 행위만으로 사회적 평가 저하가 입증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명예훼손은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드러내야 하는데(형법 제307조), 가해자의 행동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단순 일상 대화 수준의 사용이라면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같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초상권 침해'는 다른 문제다. 초상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의 하나로, 동의 없이 타인의 얼굴을 촬영하거나 공표, 이용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가해자가 동의 없이 사진을 오픈채팅방이라는 공개된 공간에서 사용한 행위는 그 자체로 초상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법무법인 창세의 박영재 변호사는 "명예훼손으로 보기는 어려워도 초상권 침해는 성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형사 처벌 대상인 명예훼손 고소는 기각될 가능성이 높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는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찰이 잡고도 알려주지 않는 가해자…'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벽
문제는 가해자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사진을 도용당한 피해자는 일단 경찰에 가해자를 고소할 수 있다. 경찰은 카카오톡 측에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해 가해자의 신원을 특정하는 수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벽에 부딪힌다. 수사 결과 경찰이 가해자의 행위에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고 종결)' 결정을 내리는 경우다.
이때 피해자는 민사소송이라도 제기하고 싶지만, 정작 가해자의 이름이나 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알 길이 막막해진다.
한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형사 절차에서 불송치 처분이 내려지면 피해자는 피의자의 정보를 받을 수 없다"며 "개인정보 보호법상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신상을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정보를 알려줄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마지막 희망 '민사소송', 법원으로 가는 험난한 길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걸까. 변호사들은 민사소송 절차 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형사 고소와 별개로, 피해자는 가해자의 초상권 침해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이때 피고(소송 상대방)를 특정하지 못한 채 소송을 시작한 뒤, 법원을 통해 카카오톡 서비스 제공자에게 '사실조회신청'을 하는 방법이 있다. 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카카오톡 측에 해당 프로필 사진을 사용한 이용자의 인적사항을 제출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이 절차를 통해 비로소 가해자의 신원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박성현 변호사는 "초상권 침해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액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사진 도용, 그 불쾌감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법적 구제는 가능하지만, 가해자를 특정하고 배상을 받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